기초과학과 국가브랜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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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15시 35분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

서경덕 교수
서경덕 교수
대한민국은 아직도 세계인들에게 단순히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조그만 나라’로서 인식되고 있을까? 영국의 브랜드 파이낸스가 올해 초 발표한 세계 국가브랜드 가치 순위를 보면 대한민국은 6,050억 달러로 16위를 차지했다.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편으로 세계인들이 삼성, 현대, LG를 한국 기업이 아닌 일본 기업으로 인식하던 것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에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K-POP 등 한류바람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우리 스스로에 대해 중진국을 조금 넘어선 수준으로 평가한다. 자긍심이 부족해서일까? 몇몇 분야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거두었지만 압축적 성장을 한 국가로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기초과학분야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키워야 할 핵심역량 중 하나로 ‘기초과학의 육성’을 꼽는다. 이에 대해서는 자칭 ‘대한민국 홍보 전문가’로 우리나라를 홍보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녀본 나로서도 매우 공감하고 있다.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은 나라의 대부분이 기초과학 강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응용과학 중심으로 성장하여, 첨단 응용과학기술의 꽃인 스마트폰, 자동차 등을 세계적으로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응용과학으로는 더 이상 큰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기초과학이 국민 소득 4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원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5월 17일 개원하는 기초과학연구원은 정부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2017년까지 총 5.2조원을 투자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사업으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초과학 연구 활동을 통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창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에는 중이온가속기라는 대형 연구시설이 설립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를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해 ‘코리아늄’이라고 명명하고, 노벨상 수상에 도전한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배출하였지만, 물리, 화학 등의 과학 분야에서는 아직 단 한명의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노벨상의 가치나 수상의 상징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과학 분야에서의 노벨상 도전은 개인적 영광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투자,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할 때이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역량을 지닌 나라들의 대부분은 응용과학 분야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얻는다. 기초과학을 육성하는 일이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모두 끈기를 갖고 접근해야 성과가 나는 공통점이 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육성은 세계인들에게 ‘과학 강국 코리아’로 기억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대해 자신있게 선진국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본 자료는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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