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대학… 디자인 공장… ‘런던 디자인페스티벌’ 간다

  • Array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KAIST-英 RCA 대학생들 동대문시장 혁신 ‘디자인 싱킹’ 9월 전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활용해 24시간 내에 맞춤형 옷을 지어주는 ‘디자인 공장’을 만들면 어떨까요?”

“쇼핑을 하다 지치면 앉아서 동대문시장의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만남의 장터’로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어요.”

한국과 영국의 산업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동대문시장 혁신 아이디어들이 9월 영국에서 열리는 ‘런던 디자인페스티벌’에 전시된다. 런던 현지에서 책으로도 출판된다. 또 일부 아이디어는 실제 동대문시장에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업형 유통망에 밀려 점점 위축되는 재래시장 활성화의 해법을 디자이너의 눈으로 접근하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실험이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 런던이 주목한 동대문 혁신 아이디어


9일 주한영국문화원과 남택진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에 따르면 영국왕립예술학교(RCA) 대학원생과 KAIST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학생 80여 명이 공동작업한 동대문시장 혁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올해 9월 런던 디자인페스티벌에 초대됐다. 2003년 시작된 런던 디자인페스티벌은 생활용품, 자동차, 건축 분야의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남 교수는 “RCA 측에서 KAIST 학생들과의 협업 결과물이 런던 디자인페스티벌에 초청됐다고 알려와 전시를 준비 중”이라며 “이번 협업은 시장을 예쁘게 꾸미는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도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는 디자인 싱킹 관점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RCA가 2005년부터 가나, 중국, 일본, 인도 등을 돌며 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고 글로벌(Go-Global)’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작됐다.

박윤조 주한 영국문화원 프로젝트 매니저는 “영국 본부와 현지 학계에서 재래시장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해결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프로젝트 결과물은 9월경 영국에서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아이디어 9월까지 발굴”

영국 네덜란드 등 16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RCA 학생들은 3월 말부터 약 2주간 한국에 머물며 KAIST 학생들과 4, 5명씩 팀을 이뤄 16개의 동대문시장 혁신 아이디어를 내놨다. 한국의 문화와 동대문시장 상인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고 내놓은 아이디어다.

예컨대 재료를 즉석에서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처럼 고객이 옷감과 디자인을 선택해 제작을 의뢰하면 즉석에서 맞춤옷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하자거나 컨테이너 작업장에서 거리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24시간 내에 옷을 배달하는 이동식 팝업 스토어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쇼핑 도중 쉬면서 시장의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 ‘만남의 장터’, 딱지나 하회탈을 응용한 시장 할인쿠폰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이 중 상인들이 자신의 전문기술을 전수해주는 강연을 탐색, 등록, 결제할 수 있는 ‘교육자판기’를 시장에 설치하자는 ‘동대문 대학’ 아이디어의 실행을 서울시에 건의할 예정이다. 자판기에서 교육 과정을 검색하고, 결제하면 장인의 서명을 받아 수료증 대용으로 쓰는 영수증이 출력되는 식이다.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 서울디자인재단 배진희 선임은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9월까지 진행되는 작업을 지켜보며 추가로 건의할 아이디어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디자인#동대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