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미래저축銀 회장 200억 빼내 밀항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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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임석 회장도 재산 75억 빼돌린 정황

김찬경 회장
김찬경 회장
금융위원회가 6일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56)이 고객 돈 200억 원을 빼돌려 3일 오후 경기 화성시의 한 항구에서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20개 부실 저축은행이 퇴출됐지만 대주주가 밀항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밀항에 앞서 김 회장은 우리은행에 예치돼 있던 미래저축은행 명의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서 200억 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배임 횡령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50)이 영업정지를 예상하고 70억 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임 회장은 3월 초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모집 중개업체인 솔로몬캐피탈을 폐업하는 과정에서 약 35억 원을 제3자에게 넘겨줬다. 또 임 회장은 3월 중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0억 원대)를 부인 명의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임 회장의 변호인 측은 “명의 양도는 솔로몬캐피탈 증자 때 부인한테 20억 원을 빌려 공동명의였던 아파트 지분을 양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6일 해경에 따르면 김 회장은 3일 오후 8시 반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부두에서 9t급 어선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어선에 잠복 중이던 수사관에게 붙잡혔다. 체포 당시 김 회장의 손가방에는 선주에게 줄 밀항 사례비인 5만 원권 1200만 원과 여권이 들어 있었다. 해경은 김 회장의 밀항을 도운 혐의로 사업가 이모 씨(59)와 밀항브로커 박모 씨(51) 등 4명을 현장에서 함께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 관계자는 “김 회장이 처음에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밀항 혐의도 부인했지만 계속 추궁하자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밀항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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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조사 결과 김 회장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지난해 12월부터 밀항을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여건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 압박을 받던 시기였다.

김 회장이 평소 호텔건축사업 대출 관계로 친분이 있던 사업가 이 씨에게 “방법을 찾아봐 달라”고 하자 이 씨가 “중국으로 밀항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한 뒤 밀항브로커 박 씨와 접촉했다. 이들은 어선을 타고 중국 쪽 공해상으로 나가 미리 대기하고 있는 화물선을 이용해 중국 산둥(山東) 성의 한 항구에 도착하면 다시 도피 장소 등을 의논하기로 했다.

해경은 박 씨가 지난달 27일 선주 김모 씨에게 300만 원을 밀항 선수금으로 지급한 사실을 밝혀냈다. 박 씨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해경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이들이 2일부터 서울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밀항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김 회장은 3일 저축은행 명의의 예금 200억 원을 인출한 뒤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내려와 이날 오후 8시 반경 화성시 궁평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선에 올라 선원실에 숨었으나 잠복 중이던 해경에게 체포됐다.

1980년대 후반 부동산 시행업에 나서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1999년 제주시에 본점을 둔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면서 금융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2002년 상호를 미래상호저축은행으로 바꾼 뒤 소상공인 대출에 주력하면서 몸집을 키웠고 충남 예산저축은행과 서울삼환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영업망을 서울로 확장했다. 김 회장이 31.9%의 지분을 보유해 1대 주주이며 거래 고객은 1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198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서울대 법대생’의 장본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그는 타고난 언변과 사교성으로 재학생이라고 속여 서울대 검정고시 출신 학생 대표까지 맡는 등 수년간 주위를 감쪽같이 속였다. 특히 그의 결혼식 주례를 서울대 법대 교수가 섰고 재학생도 상당수 참석해 그 사건은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혼식 주례를 맡았던 교수는 충격으로 평생 주례를 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가짜 행각은 졸업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법학과 행정실에 그의 주소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들통 났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저축은행 영업정지#금융#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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