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잘하겠어?” 편견 깨고 감성-친화력 무기로 분양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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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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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이정화-삼성건설 김미숙 분양소장의 ‘유쾌한 禁女 분투기’

현장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중요한 분양소장에게 ‘여성’ ‘싱글’ ‘어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다. 하지만 이정화 한화건설 ‘상암 한화오벨리스크’ 분양소장(왼쪽)과 김미숙
삼성건설 ‘자곡 래미안’ 분양소장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분양 대박’을 일궈냈다. 금녀의 벽을 뚫은 이들을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현장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중요한 분양소장에게 ‘여성’ ‘싱글’ ‘어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다. 하지만 이정화 한화건설 ‘상암 한화오벨리스크’ 분양소장(왼쪽)과 김미숙 삼성건설 ‘자곡 래미안’ 분양소장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분양 대박’을 일궈냈다. 금녀의 벽을 뚫은 이들을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 오피스텔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회의실. 최신 유행인 ‘싱크대 절수형 페달’의 설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때 30대 중반의 한 여직원이 “싱글족이 집에서 싱크대를 이용할 일은 거의 없다”며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원룸형 소형 오피스텔이라면 절수형 페달은 빼고 대신 분양가를 싸게 해주자”고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제안에 다들 만장일치로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한화건설 ‘상암 한화오벨리스크’ 분양소장 이정화 과장(35)의 얘기다.

#2 개관을 앞둔 한 아파트 본보기집. 한 여성이 아파트단지 모형 앞에 멈춰 테두리를 유심히 살핀다. 귀퉁이 못이 돌출돼 부모와 같이 본보기집을 찾았던 어린이 고객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사고는 디테일을 놓칠 때 터진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 ‘자곡 래미안’의 분양소장(내정)을 맡은 김미숙 차장(42)이다.
두 사람은 각 건설사의 최초 여성 분양소장이다. 대표적인 금녀(禁女) 업종으로 여겨지는 건설업계이지만 분양소장은 웬만한 남성 직원도 어려워한다. 주말에 쉴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은 것은 기본이고 각종 민원이 쏟아지는 등 업무 자체가 힘든 탓이다. 관리해야 할 현장인력만 40명을 웃도는 데다 청약접수가 시작되면 사람이 몰리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경기 침체는 분양 현장을 더 힘들게 한다. 하지만 두 여성은 이미 분양 대박을 터뜨리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 인근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여성 분양소장으로서의 ‘유쾌한 분투기’를 풀어냈다.

‘싱글녀’인 이 소장은 2007년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공사 수주업무를 전담하는 사업팀에서만 근무하다가 올해 초 분양소장으로 발령받았다. 사내에서는 ‘젊은 미혼여성이 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그녀는 사업지가 있는 서울 마포구 일대 오피스텔에서만 10년 넘게 살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0년 오피스텔 생활 경험을 상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본보기집 도우미를 오피스텔 거주 경험자로 뽑는 등 나름 전략적으로 대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녀의 오피스텔은 지난달 23일 청약접수 결과, 최고 경쟁률 52 대 1로 마감됐다.

김 소장도 2009년 분양소장으로 발령받을 때 “‘저 사람이 분양소장이냐’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이들을 숱하게 만나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여성 특유의 친화력과 섬세함으로 난관을 극복해 갔다. “분양소장 업무가 티가 안 나는 잔일이 많지만 펑크가 나면 바로 삐걱댄다는 점에서 ‘엄마 노릇’과 비슷한 데다, 구매의사결정권을 쥔 주부들의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했던 게 주효했어요.” 그는 당시 최고경쟁률 775 대 1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청약접수를 마감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분양 대박을 터뜨린 이들이지만 말 못할 고민도 적지 않았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김 소장은 “분양이 시작되기 3, 4개월 전부터 휴일이나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미안할 때가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소장은 “분양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콜센터 전화번호 뒷자리 숫자가 점점 올라가야 분양이 잘된다’는 속설에도 솔깃해지는 등 많이 예민해진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의 희망은 거칠고 힘들더라도 분양사업의 일선 책임자로 성공하는 것이다. “손만 대면 ‘대박’을 내는 ‘미다스의 손’을 지닌 분양소장(김 소장)”이나 “수주부터 마케팅, 분양에 이르기까지 ‘저 사람이 맡으면 일사천리’여서 좋다(이 소장)”는 평가를 기대한다는 그녀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건설#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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