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휴대폰’ 꿈이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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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오늘부터 가전제품처럼 마트서 판매 허용
대형마트들 “계획 없다”… 블랙리스트제도 유명무실

휴대전화기를 대형마트나 가전제품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한 ‘블랙리스트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1일 이 제도가 공식 시행되지만 주요 판매처인 대형마트들이 “당분간 휴대전화를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휴대전화기의 구입과 개통은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1일부터 휴대전화기를 마트에서 구입하여 이동통신사에서 구입한 유심(USIM·가입자 인증 식별 모듈) 칩만 끼워서 바로 개통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이동통신사 대리점 외에도 제조업체 직영 판매점,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으로 휴대전화의 유통 경로가 다양해져 휴대전화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왔다. 특히 ‘반값 TV’나 ‘통큰 TV’처럼 전자제품의 할인 트렌드를 이끌었던 대형마트가 휴대전화 역시 가격 하락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 간에 이뤄진 오랜 카르텔로 휴대전화기 판매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내 휴대전화 유통 구조는 제조업체가 제품 출고가격을 부풀려 이동통신사에 판매하는 대신 판촉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 후에도 이동통신사가 직접 유통하는 휴대전화기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다. 대형마트들은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같은 조건으로 제조업체에서 휴대전화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휴대전화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휴대전화기를 취급하지 않고는 수지가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저가 휴대전화를 판매한다고 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지 회의적”이라며 “국산 휴대전화기는 내년이나 돼야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마트의 휴대전화기 판매가 무산되면서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당장 시중에서 유통될 수 있는 휴대전화는 중고폰 정도다. 방통위도 인터넷을 통한 중고폰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교환주기가 짧아 매년 1000만 대 이상의 쓸 만한 중고폰을 만들어낸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온라인쇼핑몰에서 중고폰을 구입한 뒤 본인의 유심만 끼워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KT는 3월부터 직영 휴대전화 매장에서 중고폰을 사고팔 수 있는 ‘올레그린폰’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들을 중심으로 값싼 휴대전화 판매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 CJ헬로비전 등 MVNO들은 중국 화웨이나 ZTE와 손잡고 휴대전화를 판매할 예정이다.
:: 블랙리스트 제도 ::

휴대전화를 이동통신사 대리점뿐 아니라 가전매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자유롭게 구매해 개통할 수 있게 한 제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휴대전화기가 아니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유심 칩을 새 휴대전화에 장착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블랙리스트 제도#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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