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질렸다” 단독주택의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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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전모 씨(30)는 요즘 틈나는 대로 단독주택 정보를 수집한다. 올 7월로 예정된 전세계약이 끝나면 이사할 집을 찾기 위해서다. 전 씨는 “아파트와 빌라만 전전하다 보니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이가 집 안에서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며 “3억 원 정도로 카페처럼 꾸민 내 집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국내 주택시장에 ‘탈(脫)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은퇴자들뿐만 아니라 전 씨처럼 젊은 세대 중에서도 단독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떨어진 가운데 소득수준 향상으로 다양한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독주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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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주택 인기 ‘나 홀로 상승’

실제로 단독주택 용지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경남 양산물금신도시에서 분양한 단독주택 용지는 142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매각됐다. 1층에 점포를 넣을 수 있어 임대수입도 기대할 수 있는 단독주택 용지는 무려 2136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충남 천안 청수지구에서도 116필지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가 ‘완판’됐고, 제주혁신도시에서도 36필지가 모두 팔렸다.

단독주택 가격도 ‘나 홀로’ 상승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월 ―0.8%, 2월 ―1.2%, 3월 ―1.6%로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단독주택은 같은 기간 매월 1%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은 출판계에서도 확인된다.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아파트와 바꾼 집’ 등 단독주택 관련 건축 교양서가 잇따라 출간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땅콩주택(한 필지에 두 채를 나란히 지은 집) 건축기 ‘두 남자의 집짓기’는 3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동녘출판사 이상희 부장은 “최근 단독주택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게 늘면서 전문서 위주였던 건축서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아파트 독주 시대’ 저무나

단독주택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주택의 90%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산층의 주요 자산증식 수단으로 아파트가 급부상하면서 단독주택의 인기는 추락했다. 2010년 말 현재 국내 주택에서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7.9%로 아파트(58.3%)의 절반을 밑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단독주택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주거가치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세대가 대거 등장하고,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떨어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축기술 발전으로 난방과 관리가 불편하다는 단독주택의 단점이 상당 부분 보완됐고, 3억∼4억 원으로도 지을 수 있는 땅콩주택이나 조립주택의 등장으로 30, 40대 등 비교적 젊은층의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서울 거주 20세 이상 성인 6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소득이 증가할 경우 살고 싶은 주거유형으로 40대(39.7%)가 50대(29.4%)를 제치고 단독주택을 가장 많이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 교수는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 투자가치가 떨어진 반면 친환경·개성적 삶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며 단독주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아파트의 독점적 시장지배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독주택이 아파트를 대체할 주택상품이 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도시연구소 박신영 박사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늘겠지만 한국처럼 도심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부대 복리시설 확보, 보안 및 편리성 측면에서 아파트를 대체할 만한 주택상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단독주택#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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