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 악세서리 원가 봤더니 “속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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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장규모 1조… 스마트폰 액세서리 값의 ‘불편한 진실’

회사원 이혜윤 씨(27·여)는 지난해 최신형 스마트폰을 장만하며 지하철역 상가에서 3만 원짜리 케이스도 함께 샀다. 액세서리 치고는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8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에 싸구려 케이스를 입힐 순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 뒤 이 씨는 자신이 산 것과 똑같은 제품이 노점상에서 2만 원에 팔리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만5000원에 살 수 있었다. 이 씨는 “도매가가 얼마기에 파는 곳마다 가격 차가 이렇게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000억 원대였던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올해 1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자 2000여만 명이 1인당 평균 2만5000원을 액세서리에 투자한 셈이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소매가가 적게는 도매가의 2∼3배, 많게는 1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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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상가 및 노점상에서 평균 1만 원에 팔리는 고무 재질의 ‘프리미엄 젤리’ 케이스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2가 도매단지에서 개당 1400원에 유통되고 있었다. 소매점으로 오면서 가격이 7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P도매업체 매니저 정모 씨는 “100개 이상 대량으로 주문하거나 단골이 되면 더 싸게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도매가가 1000원인 ‘프리미엄 하이 글로시 매직’ 필름은 소매점에서 12배인 1만2000원에 팔려나갔다.

일부 제품은 소매점에 따라 가격 차가 2배 가까이 나기도 했다. S도매업체 과장 이모 씨는 “똑같은 제품도 고급스럽게 포장하면 손님들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소매점 관계자들이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팔아 남기는 이익은 대개 40% 수준. 이어폰이나 MP3플레이어 같은 정보기술(IT)기기보다 마진이 큰 편이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M액세서리점을 운영하는 B 씨는 “가게 임대료와 전기요금을 충당하려다보니 가격을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SGP’ ‘벨킨’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은 아예 총판에서 소비자가격을 정해놓고 규제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 제품은 공장 출고가를 높게 책정해 소비자가격도 비싼 편이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소매점이 사전에 정해진 가격보다 싸게 팔다가 총판에 적발되면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당하기도 한다. SGP 총판 관계자는 “총판에서 출고하면서 사전에 소비자가격을 정해놓는다”며 “이보다 싸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게 총판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액세서리에도 정가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권기현 씨(19)는 “소비자보호단체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도매가격을 알려주거나 정가를 표시하도록 규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유통 마진은 사업자 재량이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받는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스마트폰#악세사리#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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