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안돼~” 버티는 정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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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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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석유제품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아이슬란드 제외) 중 8번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세 비중이 높은 순위로 따진다면 한국은 회원국 중 26위인 셈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근거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7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초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은 무연휘발유 가격의 47.5%가 세금인 것으로 나타나 OECD 회원국 중 8번째로 휘발유 가격 대비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OECD 회원국 중 유류세 비중이 50%를 넘는 나라는 총 21개국이며 네덜란드, 영국, 노르웨이는 휘발유 가격의 59% 이상을 세금이 차지했다. 반면에 미국(13.6%) 멕시코(13.8%) 캐나다(30.6%) 등은 세금 비중이 가장 낮았고 호주(35.6%) 뉴질랜드(42.1%) 일본(42.3%) 칠레(42.8%)도 세금 비중이 우리보다 낮았다.

또 한국의 휘발유 가격도 OECD 회원국 중 9번째로 낮았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788달러로 OECD 회원국의 평균 휘발유가격인 L당 2.00달러보다 낮다. 국내 석유정제 시설의 규모가 크다보니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휘발유 가격이 선진국보다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르웨이와 터키의 휘발유 가격은 L당 2.50달러를 넘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으며 산유국인 멕시코, 미국, 캐나다는 휘발유 가격이 L당 0.7∼1.2달러 선으로 제일 쌌다.

정부는 IEA 조사에서 확인됐듯이 한국의 유류세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고 휘발유 가격도 높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유류세 인하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소한 두바이유가 5거래일 동안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야 유류세의 선별적인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현재 배럴당 122달러를 넘어섰으며 전국 주유소 휘발유가격도 L당 2043원에 이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에 유류세를 내렸을 때 서민 체감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고유가가 상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에너지 절약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시민모임 등 소비자단체들은 “유가가 안정됐던 시기에 정부가 세금을 더 걷었으니 국제유가 인상으로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는 지금 탄력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반대하는 이유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1, 2월 경기가 좋지 않은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는 휘발유 소비가 10% 이상 줄었다”며 “국내 소비도 휘발유 가격이 더 오르면 줄어들 수 있다. 3월에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석유#유류세#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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