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색파워]고부가가치 섬유로 다시 뛰는 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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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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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발효효과 톡톡… 미국행 LM 생산라인 풀가동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코앞에 둔 13일 휴비스 전북 전주공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장 한쪽을 가려놓은 붉은색 비닐을 들춰보니 군데군데 뚫려 있는 천장과 바닥이 마치 치아 몇 개를 빼낸 잇몸처럼 보였다. 돈 안 되는 면방용 라인을 뜯어내는 대신 미국행 LM(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일종) 생산라인을 깔고 있는 것이었다. 이 공장은 2008년부터 꾸준히 생산라인을 개조해 왔다. 》
○면방보다 부가가치 높은 LM에 집중

휴비스의 전북 전주공장 생산라인의 노즐에서 고부가가치 섬유접착제 ‘LM’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기존 면방 라인을 LM 라인으로 개조하고 있는 휴비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힘입어 올해 미국 수출액이 1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비스 제공
휴비스의 전북 전주공장 생산라인의 노즐에서 고부가가치 섬유접착제 ‘LM’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기존 면방 라인을 LM 라인으로 개조하고 있는 휴비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힘입어 올해 미국 수출액이 1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비스 제공
새로 만든 LM 생산라인에서는 수만 가닥의 LM이 뿜어져 나왔다. LM은 기존 면방에 비해 회사의 이익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고(高)부가가치 상품이다.

LM은 섬유와 섬유를 부착해 모양을 잡는 역할을 한다. 매트리스나 패딩 점퍼에 들어가는 솜을 만들 때 접착제 대신 LM을 쓴다. 녹는 온도가 다른 섬유보다 낮아 섬유와 섬유 사이에 LM을 넣고 열을 가하면 LM만 녹으면서 양쪽의 섬유가 서로 달라붙는 것이다. LM은 기존 접착제보다 몸에 덜 해롭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의 고급시장에서 각광받는다. 요즘은 자동차용 부품, 가구 등으로 쓰임새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휴비스로선 LM과 같은 효자상품이 막 제 역할을 하는 시기에 한미 FTA가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무척 반갑다. 이 분야 최대 경쟁국이었던 대만을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00원짜리 제품을 팔면 미국에 들어가는 순간 관세 때문에 43원 비싸지는데, 관세가 없어지면 그만큼 더 싸게 팔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이원표 공장장은 “현재 미국 수출액이 약 800억 원인데, 4.3%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1000억 원 정도로 늘어날 것 같다”며 “대만은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관세를 고스란히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2006년 대대적 구조조정도


휴비스는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가 화학섬유 분야를 독립시키고 공동출자해 만든 회사다. 의류, 자동차, 건축자재, 위생제품, 페트병용 폴리에스테르 전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울산 등 국내 공장 두 곳에서 연간 60만 t의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한다. 중국 쓰촨(四川) 공장을 합하면 연간 생산량이 75만 t에 이른다. 매출액은 2010년 1조 원을 넘어섰고, 2011년에는 1조6700억 원으로 뛰었다.

휴비스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범용 섬유사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기면서 공장을 돌려봐야 적자만 불어나는 실정이었다. SK케미칼과 삼양사의 화학섬유 분야가 합쳐 만든 회사였는데 시너지 효과가 난 건 고작 2년 정도였고, 점점 어려움이 가중됐다. 2004∼2007년에는 구조조정이 계속됐다. 2006년에는 수원공장 문을 닫고 수백 명의 직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공장장은 “이를 악물고 다시 살아보자고 결심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매년 100억 원의 원가를 절감했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09년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서 3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슈퍼섬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휴비스는 범용제품 시장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L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5억 원을 투자해 기존 면방 라인을 LM 라인으로 개조했고 내년 하반기까지 3만5000t 규모의 LM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LM을 응용한 위생제품용 올레핀 LM 제품도 만들고 있다. 올레핀 LM은 아기 기저귀나 여성용 생리대 등에 쓰이는 소재다. 고탄성인 콘주 제품도 휴비스가 자랑하는 폴리에스테르 섬유 중 하나다.

휴비스는 또 보호복이나 건축자재, 자동차, 항공분야 등 특수산업에 적용되는 슈퍼 섬유를 미래 수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섭씨 400도의 고온에서도 쉽게 녹지 않는 ‘메타원’을 개발해 지난해 9월 전주공장에 1000t 규모의 메타원 생산 설비를 완공했다. 앞으로 3000t까지 생산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휴비스는 “메타원은 미국 듀폰의 기술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 제품”이라며 “이를 필두로 초내열성의 PPS 섬유 등 최첨단 슈퍼섬유를 개발해 미래 섬유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FTA#기업#휴비스#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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