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먹거리 괴담’ 블랙컨슈머 횡포 뿌리 뽑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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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산업부 기자
전성철 산업부 기자
“우리 회사 이름이 기사에 나가면 절대 안 됩니다.”

21일 한 식음료 업체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동원해 기업을 협박하는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 사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기자에게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블랙컨슈머들은 언론에 자신이 한 일이 보도되면 해당 기업에 앙갚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식음료 업계의 피해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식음료 업체는 블랙컨슈머에게 늘 만만한 ‘먹잇감’이다. 이물질을 집어넣는 등 피해를 보았다고 조작하는 일이 쉬운 데다 제조·유통 기업의 존망이 소비자 평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서 협박이 잘 먹히기 때문이다.

SNS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식음료 업체를 상대로 한 블랙컨슈머의 횡포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협박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에만 언론사를 찾아가거나 인터넷에 글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아예 팔로어나 친구 수가 많지 않은 개인 트위터, 페이스북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부터 띄워놓은 뒤 이를 업체에 알리고 협박을 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외식업체 A사 관계자는 “한 남성이 ‘종업원의 불친절한 응대로 느낀 불쾌감을 트위터에 올렸다’며 글 삭제 대가로 합의금을 요구해 왔다”며 “문제의 트위터에 들어가 보니 올라온 글 대부분이 우리 같은 외식업체를 협박하기 위해 쓴 글이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식음료 업계는 블랙컨슈머에게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외식업체 채선당 매장에서 일어난 ‘임신부 폭행’ 사건처럼 누리꾼들이 사실관계 확인도 않고 심정적 동조만으로 글을 퍼 나르면 큰 피해를 보는 건 식음료 업체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블랙컨슈머의 횡포는 결국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 각 기업이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쓰는 돈은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최근 한 케이블 방송이 이 회사의 소주 제품 ‘처음처럼’ 제조에 쓰이는 알칼리 환원수가 유해하다는 주장의 방송을 내보내고, 이 같은 내용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루머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롯데 측은 “문제의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한 김모 씨는 우리가 두산의 주류사업을 인수하기 전부터 같은 주장을 반복하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까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이번 법적 대응이 블랙컨슈머가 퍼뜨린 ‘식음료 괴담’에 무고한 업체가 피해를 보는 잔혹사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성철 산업부 기자 dawn@donga.com  

‘소주 처음처럼 악성루머’ 관련 반론보도

본보는 3월 21, 22일 양일간 ‘먹거리 괴담 블랙컨슈머 횡포 뿌리 뽑아야’ 및 ‘SNS 루머에 기업들 피멍 든다’ 제목 기사에서 알칼리 환원수로 제조한 소주 ‘처음처럼’과 관련한 논란을 보도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세청이 안전성과 적법성에 대해 검증을 마쳤는데도 김모 씨가 악성 루머를 퍼뜨려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처음처럼’의 제조인허가 과정의 부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는 김 씨는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루머와 관련된 명예훼손 소송은 기각되었으며 먹는물관리법상 ‘먹는물’에 해당하지 않는 전기분해한 알칼리 환원수를 원수로 주류제조 허가를 받은 것은 위법성이 있으며 송파경찰서에 관련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경제#경제카페#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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