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로 만든 새 옷, ‘착한 소비’ 돌풍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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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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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nC, 재활용 브랜드 ‘래코드’ 국내 첫 실험
소각보다 더 들고 가격 비싸지만 소비자 반응 주목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천덕꾸러기’ 옷들이 새 옷으로 변신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21일 “기존에 소각하던 재고를 활용한 새 브랜드 래코드로 ‘착한 소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제공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천덕꾸러기’ 옷들이 새 옷으로 변신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21일 “기존에 소각하던 재고를 활용한 새 브랜드 래코드로 ‘착한 소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제공
안 팔리는 옷은 패션업체에 있어 큰 골칫덩어리다. 백화점 시즌 오프 세일에서도 소비자에게 낙점되지 못한 옷은 대형 아웃렛 등 상설할인매장으로 떠난다. 그래도 안 팔리는 옷들은 소각장행이다.

한경애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이사는 “세상에 나온 지 3년 동안 안 팔리는 옷들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불태워 없앨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입지 않은 새옷이지만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소각되는 옷과 가방 등은 대기업이나 명품업체 할 것 없이 상당한 물량이다. 코오롱 FnC부문에서만 연간 40억 원어치(정상 소비자가격 기준)를 소각할 정도다.

한 이사는 “태워버려야 하는 재고를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재고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디자인해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옷의 원단을 뜯어 다시 디자인한 뒤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재능기부 등 사회공헌활동과 연계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브랜드가 ‘RE; CODE(래코드)’다. 코오롱 FnC부문은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각돼 버려지는 옷을 재활용해 완전히 새 옷으로 만드는 브랜드를 통해 ‘착한 소비’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래코드처럼 옷을 포함한 완전한 라인을 갖춘 재활용 패션 브랜드는 국내에서는 코오롱 FnC부문이 처음이다.

재고 옷을 일일이 해체해 원단처럼 만드는 작업은 지적장애인 단체인 ‘굿윌 스토어’가 맡기로 했다. 제품의 디자인은 독립 디자이너들이 맡았다. 한 이사는 “조각조각 쪼개진 원단으로 새 옷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참여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코오롱 FnC부문은 이 같은 ‘착한 소비’ 바람을 영국에서 일으킨 ‘정키 스타일’과도 교류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재활용해 나오는 옷이지만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결코 싸지 않다. 아우터류는 50만∼70만 원 선이다. 행사장에서 눈에 띈 재킷은 ‘마크 제이콥스’의 원단과, ‘시리즈’의 가죽재킷 원단을 섞어 만들어 100만 원이 넘었다. 소각하는 것보다 오히려 돈은 더 많이 들어가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한 이사는 “패션의 사회적 참여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카를 선택하는 등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에 각각 ‘사연’이 담긴 옷을 가치 있게 여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래코드는 4월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오픈하고, 편집매장(여러 브랜드를 모아 파는 곳)에 입점한 뒤 연내 단독 매장을 낼 예정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경제#기업#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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