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명품 소비자 파워’ 세진 한국, 이젠 명품 만들때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현진 산업부 기자
김현진 산업부 기자
최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기자는 이례적인 경험을 했다. 루이뷔통, 크리스티앙디오르 등 고급 패션, 주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이 인수해 지난해 말에 문을 연 가방 브랜드, ‘무아나(Moynat)’ 매장에서였다.

생토노레 거리에 위치한 매장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기자에게 굵은 목소리의 노신사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방해해서 죄송하다”며 정중히 사과한 그는 국적을 물은 뒤 어떤 모델, 어떤 색상의 핸드백이 맘에 드는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 냈다.

마침내 가방을 뒤집어 바닥 부분을 보여주면서 “이런 손바느질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탈리아 브랜드와 품질을 중시하는 프랑스 브랜드의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노신사는 유명 패션 브랜드 크리스티앙디오르의 최고경영자(CEO)인 시드니 톨레다노 사장이었다. 매장 안쪽 회의실에서는 아르노 회장과 그의 딸 델핀 아르노 이사 등 LVMH그룹 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톨레다노 사장은 회의 전에 매장 내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던 기자의 코멘트를 직접 따면서까지 아시아 고객의 반응을 궁금해했던 것이다. 인사를 나눈 후 그는 “무아나는 그룹 내 ‘뉴 베이비’로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 곧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LVMH그룹 소속이긴 하나 엄연히 다른 브랜드의 수장을 맡고 있는 그가 홍보대사를 자처한 것은 그룹 전체가 신규 브랜드를 통한 아시아 사업에 그만큼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뜻이었다.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명품 메카’들이 아시아인에게 ‘점령’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아시아의 각국이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부유하고 ‘쿨’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감성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패션 분야에서 아시아발(發) 패션 브랜드들이 유럽인에게 각광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신규 럭셔리 브랜드의 글로벌 페어인 ‘방돔 럭셔리’ 운영자 카롤 드보나 디렉터는 “한국인의 ‘소비자 파워’가 커져 패션업계에 입김이 세지면서 한국 업체들이 반대로 패션의 ‘생산자’로서도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해외 명품을 추종해 ‘명품 빅팀(victim·희생자)’으로 여겨졌던 대한민국이 명품의 생산국으로도 부상할 날이 기다려진다.

김현진 산업부 기자 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