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이은우]‘중국고섬 쇼크’ 명심 또 명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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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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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경제부 차장
이은우 경제부 차장
한국거래소는 7, 8일 이틀 동안 한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합동 기업설명회(IR)를 연다. 2009년부터 매년 여는 설명회지만 이번에는 규모나 참여자들이 눈길을 끈다. 참여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된 6곳으로 그동안의 중국기업 설명회 가운데 가장 많다. 이전에는 3, 4개 기업이 참여해 하루 동안 열렸을 뿐이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언론사 대상 최고경영자(CEO) 인터뷰, 전문가 대상 일대일 미팅, 일반투자자 대상 합동설명회 등이 예정돼 있다. 3개 기업은 CEO가 직접 서울을 방문하고, 나머지 3곳도 CEO에 버금가는 고위 임원이 한국 투자자들을 만난다. 해당 기업이나 한국거래소나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거래소는 설명회 개최 이유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들었다. 중국기업에 대한 나쁜 인식 탓에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다. 한국 증시에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얘기할 때 중국고섬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1월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중국 섬유업체 중국고섬은 상장 2개월 만에 회계 부실이 드러나 지금까지 거래가 정지돼 있다.

중국고섬 사태가 불거진 후 한국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번 설명회에 참여할 차이나킹 주가는 중국고섬 사태 직전 주당 4000원대에서 지난해 8월 장중 1760원까지 떨어졌다. 중국식품포장, 중국엔진집단, 글로벌에스엠, 웨이포트 등 나머지 기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기업들이 먼저 한국거래소에 대규모 설명회를 요청하고 CEO가 직접 참여할 만도 하다. 중국고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보려는 시도인 셈이다.

중국고섬 사태는 여러 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은 실사(實査) 부실 때문에 투자자에게 소송까지 당했다. 한국거래소는 검증되지 않은 기업 유치로 실적 쌓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증권사나 거래소에서 ‘중국고섬’은 거의 금지어가 됐다. 증시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은 아예 유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으니 중국기업들에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

투자자들이 받은 피해도 크다. 중국고섬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뿐 아니다. 한번 나쁘게 굳어진 이미지는 한국 투자자들이 외국 기업, 특히 중국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던 차이나그린페이퍼는 최근 공모를 철회했고, 지난 한 해 동안 상장을 추진하던 6개 중국 기업도 한국 진출을 포기해야 했다. 이들 가운데는 투자하기에 좋은 우량기업도 있었지만 싸잡아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에 시달렸다.

요즘 한국 증시에는 중국 기업 외에도 새로운 투자처가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 국채가 인기를 끌면서 인도네시아 호주 등의 국채 상품이 선보였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는 마감 이틀 전에 매진됐다. 한국형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경제가 저금리, 저성장 구조로 갈수록 해외투자나 신상품이 주목을 받는다. 대안 투자에 대한 이미지는 초기 상품에 따라 결정된다. 금융투자업계가 설익은 상품을 내놓았다간 해당 분야의 시장 형성조차 실패할 수 있다. 이는 증권업계, 투자자, 한국 자본시장 등 모두를 위해 좋지 않다. 중국고섬 사례에서 보듯 한번 나빠진 인식은 회복하기가 어렵다. 중국 기업이 한국 증시에 제대로 선보인 것은 불과 3년 전이었다.

이은우 경제부 차장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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