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색파워]LS그룹 인수로 ‘147억 흑자’ 재도약한 車부품업체 대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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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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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가 후려치기에 적자 고전… 수출 별동대 꾸려 매출 77%↑

지난달 2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의 대성전기 공장 생산라인에서 흰 두건과 가운 차림의 연구원들이 완제품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안산=박영대 기자 annae@donga.com
지난달 2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의 대성전기 공장 생산라인에서 흰 두건과 가운 차림의 연구원들이 완제품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안산=박영대 기자 annae@donga.com
“대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중소업체들은 결국 대기업이 만든 동물원에 갇힌 뒤 죽어야만 빠져나올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3월 한 강연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이렇게 빗대 표현했다. 대기업과 사실상의 독점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통한 성장을 하지 못한 채 간신히 연명하거나, 아니면 기술과 인력을 빼앗기고 결국 문을 닫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대성전기 역시 2008년 말까지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국내 대기업 등에 공급하다 보니 대기업이 요구하는 부품을 수동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고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응할 능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8년 11월 LS그룹이 인수하면서 변신에 나섰다. 2009∼2011년 3년 사이 매출은 77%가 늘고, 영업이익은 ―102억 원에서 147억 원의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유럽 및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자동차 업체에 고부가가치의 부품을 공급하면서 수출 비중이 올해 수주 기준으로 75%까지 늘어났다.

이철우 대성전기 사장은 “이처럼 회사가 변신한 것은 단순히 LS그룹이 인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인수합병 후 교과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투자 확대를 통해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 별동대 만들어 해외시장 진출


LS그룹은 자동차 부품산업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대성전기를 인수했지만 적지 않게 실망했다. 전 오너가 인수 가격을 높이기 위해 헐값에 수주해 놓은 물량이 많아 회사의 재무구조가 생각보다 더 나빴던 것이다.

이 사장은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진출하는 게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을 위한 별동대 격인 기술마케팅팀을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잔뼈가 굵고 외국어가 가능한 인력들을 수혈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사장과 공준호 기술연구소 상무는 인센티브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맥을 총동원해 인재를 끌어모았다. 삼성전기 출신으로 국내 경영학석사(MBA)를 거친 배병곤 부장, 기아자동차 유럽법인에서 일하다 독일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황혜리 차장,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TRW 출신으로 프랑스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캐나다 교포 최석기 과장 등을 모두 이때 영입했다.

기술마케팅팀은 세계 각지의 로드쇼와 기술전시회 등을 돌면서 대성전기 자동차 부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공 상무는 “대성전기라는 브랜드만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었지만 자동차 스위치에서 촉각과 운동감을 느낄 수 있고 빛과 색상으로도 반응하는 세계 최초의 햅틱 기술을 보여주자 글로벌 메이커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유럽의 벤츠 폴크스바겐 르노와 미국의 GM 크라이슬러, 일본의 닛산 미쓰비시 스바루, 중국 인도 이란 등의 로컬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 M&A 이후의 역발상 투자


이 사장이 기술마케팅 조직을 신설해 수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인수합병(M&A) 이후 구조조정을 통한 회사 정상화’라는 교과서적인 경영과는 반대로 300억 원을 먼저 투자하면서 R&D 인력을 50%가량 늘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게 주효했다.

이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적자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그룹 측에서 처음엔 반대했지만 결국 가능성에 손을 들어줬다”라고 설명했다.

대성전기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 사장에 대한 신뢰 역시 적지 않게 작용했다. LS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재무구조와 현금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한 이 사장이라면 결국 회사를 살려놓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M&A 이후 대성전기의 조직문화를 뿌리부터 바꾸기 위해 강도 높은 직무 및 윤리 교육도 이뤄졌다. 인수 전 1억3000만 원에 그쳤던 교육비가 올해는 30억 원까지 늘었다.

남기만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은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기술력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한테 인정받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안산=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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