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경쟁력 쑥쑥… 작년 사상최대 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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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잉 “기술 발전 놀랍다”… 포스코 등과 공동개발 MOU
국내中企, 日부품사업 인수도

“글로벌 부품·소재 조달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에 깜짝 놀랐습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회사인 미국 보잉의 매슈 간즈 연구기술부문 대표는 지난달 22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보잉은 지경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포스코, HMK 등 부품·소재 중소기업들과 ‘부품소재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보잉이 국내 기업 및 연구기관과 부품·소재 공동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지경부에 따르면 보잉은 생산기술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에코 마그네슘’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그네슘 합금에 산화칼슘을 얇게 입힌 이 소재는 무게가 철의 4분의 1에 그치지만 강도가 뛰어나 첨단 항공기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승우 지경부 부품소재총괄과장은 “이번 MOU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보잉에 부품·소재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과거 대일(對日)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부품·소재 분야가 최근 도약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의 발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이들에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협력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국내 기업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 부품·소재기업들의 생산 차질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품·소재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2562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5.9%를 차지했다. 지난해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 만큼 수출과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부품·소재 산업의 약진에 힘입어 대일 무역적자는 2010년 243억 달러에서 지난해 227억 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국내 중소기업이 일본 현지 부품 기업의 사업부를 인수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벌어졌다. 국내 광(光)디스크 부품업체인 옵티스는 일본 산쿄의 자동초점장치(AFA) 사업을 인수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AFA는 스마트폰용 고화질 카메라에 들어가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국내 부품 중소기업이 전자부품 선진국인 일본 유수기업의 핵심 사업부를 인수한 것 자체가 달라진 우리 기업들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소재 분야의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핵심소재는 선진국과 4∼7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반도체 TAC 필름은 일본 수입 의존도가 9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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