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강국 코리아]전력, 절약이 더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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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작년 9월 전력대란을 조사했을 때 재벌기업들의 숨겨진 모럴해저드가 드러난 적이 있다. 한국전력이 전자회사 반도체기업 호텔 등 10개 기업에 긴급 전력사용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 중 7곳이 전혀 응답하지 않았던 것. 이들은 전력피크 기간인 7∼8월 비상절전과 자체부하 제어를 조건으로 kW당 수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왔다. 일반 가정보다 60% 싼값의 전기를 쓰면서도 거꾸로 위기상황을 외면한 것이다. 전력은 생산만큼 절약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 사례였다.

이 사건 이후 한국전력은 기업의 절전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간예고 수요조정 제도를 도입했다. 전국 4000개 기업과 약정을 체결해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주간을 미리 예고하고 일정수준 전력사용을 줄이면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이 제도는 올해 들어 이달 1일까지 모두 세 차례 적용해 평균 100만 kW의 전력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전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발전설비를 계속 증설하기는 어렵다. 150만 kW를 생산하기 위해 발전소를 건설한다면 약 4조 원의 건설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형편에서는 발전 못지않게 전기절약이 중요한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2011년 팩트북(factbook)에 따르면 국가 전체 전기 사용량에서 한국은 세계 10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 일본이 3위를 차지했다. 전기 사용량은 결국 경제력과 비례하는 셈이다. 문제는 국민 1인당 전기사용량이다. 개인용 전력보다 산업용 전력을 많이 사용하지만 한국은 19위로 일본(27위) 영국(45위) 이탈리아(48위)에 비해 사용량이 많다.

2일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국내의 전력수요는 오전 11시 한때 7383만 kW를 기록 종전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수요관리제도 등을 통해 예비전력 567만 kW를 확보해 위기를 넘겼지만, 증가하는 전력사용량에 대처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 한전에 따르면 국내의 난방용 전력수요는 매년 14%가량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0∼2010년의 평균 경제성장률 4.3%의 3배가 넘는 것이다. 정부와 한전이 실내온도 낮추기, 내복입기 등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수묵 기자 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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