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피스 공간 혁명’… 컴퓨터가 작아졌다, 金과장 책상도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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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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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곳 11년간 변화 분석

코오롱인더스토리 FnC부분은 올해 서울 강남역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새 사옥 5층에 직원들을 위해 카페테리아, 갤러리, 라이브러리, 10개의 미팅룸이 들어선 ‘멀티 공간’을 만들었다.
코오롱인더스토리 FnC부분은 올해 서울 강남역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새 사옥 5층에 직원들을 위해 카페테리아, 갤러리, 라이브러리, 10개의 미팅룸이 들어선 ‘멀티 공간’을 만들었다.
대기업들이 수평적 조직문화와 자유좌석제 등의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하면서 팀장 자리의 공간이 2000년대 초반보다 25%가량 줄어드는 등 개인 사무공간의 ‘콤팩트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 컴퓨터 등 사무기기 소형화 추세도 영향을 줬다.

반면 회의 공간과 휴게실은 큰 폭으로 늘어나 기업 사무실이 창의성과 협업을 중시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국내 최대의 사무가구회사인 퍼시스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간 대기업 100곳의 사무공간을 분석한 ‘2011년 오피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트렌드가 뚜렷이 나타났다. 퍼시스는 2001∼2006년과 2007∼2011년의 두 시기로 나눠 대기업 사무공간 구조의 변화를 비교했다. 한국 대기업 사무공간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 줄어드는 개인 공간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명이 사용하는 사무공간 면적은 2007년 이후에 2000년대 전반기(2001∼2006년)보다 6% 정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팀장 자리의 공간은 25% 정도 줄었다. 이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확산되면서 팀장급과 일반 직원의 자리 배치에 차등을 두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컴퓨터의 소형화와 자유좌석제 등이 확산된 데 따른 변화다.

개인이 사용하는 책상 형태도 1980년대 이전까지 유행하던 ‘一자형 책상’이 부활하고 있다. 2000년대 전반기에는 ‘一자형 책상 배치’를 선택한 기업이 전체의 56%였는데 2007년 이후에는 80%로 늘었다. 데스크톱 PC가 확산된 1990년대 보조책상이 붙어 있는 ‘ㄱ자형 책상’이 늘다가 최근 사무기기의 소형화와 맞물리면서 ‘一자형 책상’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퍼시스 관계자는 “‘一자형 책상’은 과거처럼 고정형이 아니라 바퀴가 달린 이동형 책상을 채택해 업무 형태에 따라 책상 배치를 바꾸는 ‘모바일 데스크’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라지는 임원실

개인 사무공간의 축소와 함께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한 ‘대안 오피스’도 늘고 있다. 한국IBM은 영업직원 등이 출근하면 호텔 체크인을 하는 것처럼 입구에서 자신의 고유번호를 입력하고 비어 있는 자리를 배정받아 자신의 전화번호를 연결하는 식의 ‘오피스 호텔링’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본사의 마케팅 부서 등을 대상으로 고정 자리를 없앤 자유좌석제를 도입했다.

임원실을 아예 없애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올해 본사 사옥을 서울 강남역 부근으로 옮기면서 자유좌석제를 도입하고 임원실을 없앴다. 임원들은 일반 직원과 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하다가 기밀업무 등만 별도 공간에서 처리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일찍 온 순서대로 자리에 앉기 때문에 창가 등 목 좋은 자리를 간부들이 독점하는 일이 없다”며 “여러 자리를 돌아가며 앉아 부서원들과 대화와 협업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북돋우기 위해 회의실과 휴게공간을 늘리는 것도 최근 추세다. 이번 조사에서 회의공간 면적은 2007년 이후에 2000년대 전반기보다 20% 정도 증가했다. 별도의 휴게공간을 두는 기업도 같은 기간 120% 증가했다.

○ 조직문화 그대로면 공간 혁신 실패

공간 혁신에 대한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관심이 늘면서 사무공간 컨설팅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세종시 입주와 공공기관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 등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 대한 집착이 큰 한국의 조직문화 특성 때문에 전사(全社) 차원의 조직문화 개선과 업무방식의 변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공간 혁신이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한 가구회사 관계자는 “자신의 방에 햇볕이 덜 들거나 다른 임원보다 공간이 조금만 작아도 항의하는 임원이 여전히 많다”며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조직적으로 자유좌석제를 거부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공영석 삼일PWC컨설팅 이사는 “사무공간, 근로시간, 정보기술,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등 네 가지 영역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공간혁신’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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