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황재성]부동산 정책, 뒤바뀐 攻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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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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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경제부 차장
황재성 경제부 차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와 정부의 건설·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재개발·재건축, 뉴타운 정책을 놓고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박 시장이 그동안 밝혀온 부동산정책에 대한 철학이나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의 면면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박 시장은 고밀도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해왔고, 뉴타운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있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그의 참모진에는 좌파적 성향을 가진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특히 박 시장 취임 이후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서울시 부동산정책에는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박 시장의 정책을 다듬고 조언하는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지난달 말까지 활동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권에서 부동산정책을 주도한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그가 추진했던 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의 근간은 강남 부동산시장 때려잡기였고, 다양한 수단을 통한 강남 재건축 억제였다. 김 교수가 2005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으로 실무 총책임을 맡아 만들었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은 발표 당시 ‘부동산 규제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렸다.

반면에 국토부는 침체된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부동산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만 6차례에 걸쳐 다양한 부동산 규제 완화방안을 내놓았다. 작년 말 발표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2·7 주거시장 안정대책’은 ‘다주택자를 위한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도 받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노 정부 시절에도 똑같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당시 중앙정부 부동산정책은 국토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맡았다. 그래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건교부와 서울시’를 입력한 뒤 나타나는 기사제목들과 ‘국토부와 서울시’를 입력했을 때 보이는 기사 제목을 비교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건교부(국토부)-서울시 또 충돌’ ‘서울시·건교부(국토부) 주택정책 소 닭 보듯…혼선 부채질’ 같은 제목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내용은 지금과 다르다. 공수(攻守)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노 정부 시절에는 중앙정부인 건교부가 재건축을 반대하며 각종 규제를 만들었고, 서울시는 재건축 활성화를 요구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시장의 반응은 중앙정부의 바람과는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같다. 노 정부 시절에는 강남 재건축아파트 값이 지칠 줄 모르고 올랐다. 당시 실무를 책임졌던 김 비서관은 노 정권 막판에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현재는 강남 재건축아파트 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또 누군가는 사과성명을 내야 할지 모른다.

뒤바뀐 공수에 어느 한쪽은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며 즐거워할 수 있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결말을 꿈꾸며 반격을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양측이 절대로 잊어선 안 될 것이 있다. 계속되는 정책 혼란은 서민들에게 고통만을 준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권력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줬으면 한다.

황재성 경제부 차장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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