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한류’ 릴레이 인터뷰]<5>넥슨 아메리카 대표 다니엘 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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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 美서 통하려면 ‘문화의 다리’ 건너야”

다니엘 김 넥슨아메리카 대표는 “최근 미국에서도 온라인게임이 뜰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넥슨 제공
다니엘 김 넥슨아메리카 대표는 “최근 미국에서도 온라인게임이 뜰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넥슨 제공
지난해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게임산업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다니엘 김 넥슨 아메리카 대표는 몰려든 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MIT와 인근 하버드대의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김 대표가 아니라 김 대표의 셔츠에 새겨진 ‘넥슨(Nexon)’이라는 로고에 열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메이플스토리를 하면서 자란 메이플스토리 팬이라며 이런 게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김 대표는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넥슨아메리카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한국과 중국의 게임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넥슨이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만든 이래 한국 온라인게임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게임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별로’였다. 넥슨도 199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다가 한 차례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2006년 다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이번에는 성공했다. 초고속인터넷이 그새 미국에도 널리 보급된 덕분이었다.

첫 성과는 선불카드로 시작됐다. 넥슨은 게임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이 게임에서 사용하는 아이템만 돈을 받고 파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한국에서 성공시켰는데 미국에서도 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문제는 결제였다. 한국에서는 휴대전화 소액결제나 문화상품권이 결제 수단으로 쓰였지만 미국에는 이런 방식이 없었다. 그래서 넥슨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상품권과 유사한 선불카드를 팔았다. 애플의 ‘아이튠스’가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넥슨의 게임 선불카드는 최근 아이튠스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선불카드가 됐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5만 개 이상의 소매점이 넥슨 선불카드를 판다”고 했다.

이는 넥슨의 최근 게임이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이를 “넥슨이 이제야 ‘문화적 번역’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넥슨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땐 한글만 영어로 바꾼 수준이라 실패했는데 이젠 미국인이 ‘미국 게임’이라고 느낄 정도로 현지화됐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넥슨은 미국 시장 재진출 때 실리콘밸리 대신 로스앤젤레스를 근거지로 택했다. 김 대표는 “로스앤젤레스는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가 섞여 있는 한국인 커뮤니티가 커서 이질적인 문화의 징검다리로 ‘딱’이었다”고 했다. 또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영화와 TV 인력이 많아 이들이 넥슨 게임에 미국적인 느낌을 더해줬다는 것이다. 그는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에 많았지만 게임은 공학이라기보다는 예술이기 때문에 로스앤젤레스가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위협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열풍이다. 김 대표는 “나조차도 집에서는 PC를 켜지 않고 스마트폰만 켜는데 이건 우리처럼 PC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어 온 회사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결국 디자인과 스토리, 재미와 같은 게임 자체의 매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게임 자체의 매력으로 따지자면 세계 최대의 영화산업을 갖고 있는 미국이나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는 게임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기본 콘텐츠가 부족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독특한 해석을 들려줬다.

“온라인게임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한 편으로 완결된다기보다는 드라마처럼 계속 수정되고 순발력 있게 스토리가 변하는 장르입니다. 한국이 이미 드라마에서 경쟁력을 갖췄듯 한국 온라인게임에도 그런 경쟁력이 있지요.”

로스앤젤레스=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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