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좋게 해결하자” 진화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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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좋지 않다"..양측 '의기의식' 공유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거액의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낸 사건이 14일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삼성과 CJ그룹이 함께 진화에 나섰다.

이맹희 씨는 삼성그룹 경영권 경쟁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밀려나 제일제당(CJ그룹의 전신)을 맡았다. 지금은 이맹희 씨의 아들인 이재현 회장이 CJ그룹을 이끌고 있다.

원고인 이맹희 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CJ가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 기거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맹희 씨와의 접촉 경로는 법무 대리인이 아니라면 사실상 CJ밖에 없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소송과 관련 "해프닝인듯 하다"면서 "요즘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형제 싸움으로 비치는 게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CJ측도 "우리가 당사자는 아니지만 소송 취하를 포함해서 원만하게 해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밀려나듯 갈라져 나간 CJ가 모기업격인 삼성에 대해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소송건으로 '한 대 맞은' 삼성측이 먼저 "좋게 해결하자"는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 주변의 시각이다.

이번 소송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큰 쪽은 삼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 개혁의 목소리가 들끓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선친이 물려준 재산을 둘러싸고 재벌 친인척들이 법정 소송을 벌인다는 소식은 국민의 '반재벌 정서'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맹희 씨측은 작년 6월 선친이 남긴 삼성생명 차명재산에 대한 존재를 알고 난 뒤 상속분 청구 소송이 가능한지를 세밀하게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맹희 씨는 당시 이건희 회장측이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 문서를 제시하자 서명 날인을 하지 않고 법무법인을 동원해 소송 절차를 진행했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상속분 청구 소송 유효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이맹희 씨 측은 삼성생명 주식 명의 변경이 2008년 12월인 점을 들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 금액이 천문학적인점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화해의 명분'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달래야 하는 쪽은 삼성"이라면서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면 과거 선친으로부터의 재산 상속 과정을 다 들춰내야 하고 이에 따른 파장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삼성과 CJ의 '3차 전쟁'이라는 해석도 한다.

1994년 'CCTV 사건'이 '1차 전쟁'이고 '2차 전쟁'은 작년 6월 삼성의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사건'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CJ가 이미 뛰어든 대한통운 인수전에 삼성SDS를 앞세워 뒤늦게 참여했다가 삼성의 'CJ 길들이기' 논란이 확산되고 난 뒤 인수시도를 철회했다.

1994년에는 삼성과 제일제당간 계열분리 당시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 쪽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 출입자를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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