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레미콘-건설사 갈등 최고조… 정부 “더 굳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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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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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값 인상 후유증 극심

국제 유연탄 가격의 급등으로 촉발된 시멘트 값 인상이 ‘시멘트-레미콘-건설’ 업계의 3자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레미콘과 건설 업계가 구매 거부에 나서자 시멘트 업계는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로 맞선 것이다.

지난달 시멘트 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t당 6만75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13%가량 올린다고 통보한 뒤 관련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맨 처음 단체 행동에 들어간 곳은 시멘트의 최대 수요자인 레미콘 업계다. 중소 레미콘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1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일방적인 시멘트 값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달 22일부터 조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31개 대형 건설사 자재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도 9일 총회를 열어 시멘트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13일부터 시멘트 업계 1, 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제품과 이들 회사 계열의 레미콘 제품도 구매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시멘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건설사들에 시멘트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건설 경기의 침체로 관련 업계 모두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가격을 올린 시멘트 업체들은 제조원가의 35%를 차지하는 유연탄 국제시세가 2009년 t당 85달러 수준에서 2010년 말에 140달러대로 올라 더는 적자를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레미콘 업계 역시 시멘트뿐 아니라 레미콘에 들어가는 나머지 원료 값이 모두 올랐지만 건설업체들은 가격을 올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가장 규모가 큰 건설업계 역시 “공공토목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주택경기가 부진해 중견·중소업체들이 속속 무너지는 상황에서 시멘트와 레미콘 등의 원가 부담까지 더해지면 더 버티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건설 현장 공사 중단 등의 파국으로 치닫느냐 혹은 타결되느냐는 이번 주에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레미콘 업계의 조업 중단 예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날씨가 풀리는 다음 달부터 건설 공사 현장이 늘면 시멘트와 레미콘의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가 t당 1만 원 정도 오르더라도 건설업계가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 드는 부담은 최대 30만 원이 안 된다”며 “다만 시멘트 값 인상을 계기로 다른 건축 자재의 인상 요구가 나올 것을 우려하는 만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관련 업계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결국 담당 정부 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가 물밑에서 이들 업계의 주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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