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킹 드라기… 유로존 구원 투수들은 ‘MIT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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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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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부 동문수학-같은 스승 모신 묘한인연
유럽은행 위기때 전광석화 달러 스와프 공조

지난해 11월 하순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BOE) 총재(63)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58)에게 긴급히 연락했다. 유로존 위기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을 넘어 이탈리아와 프랑스로까지 확산되려던 때였다. 유럽 은행들이 달러를 구하지 못해 부도설까지 돌고 있던 때라 긴급 처방이 필요했다.

킹 총재는 달러를 싼 금리로 중앙은행들이 서로 조달하는 ‘달러 스와프’를 버냉키 의장에게 제안했다. 이 제안 처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두 인물이 1983년 미 동부의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부의 같은 연구실에서 동거동숙(同居同宿)한 사이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결정이었다.

15일 비즈니스위크는 유로존 위기 해결의 선봉에 선 국제금융계 거물들의 MIT 학연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11월 30일 발표된 세계 6개 중앙은행의 달러 스와프에 참여한 6명의 총재 가운데 3명이 MIT와 인연을 맺고 있다. 킹 총재 외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64)도 버냉키 의장(1978년)과 비슷한 시기인 1976년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드라기 총재와 버냉키 의장은 금융통화 분야의 세계적인 거물인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전 MIT 경제학부 교수·68)의 애제자이기도 하다. 피셔 총재는 박사과정에 있던 드라기 총재를 직접 가르쳤으며 버냉키 의장의 박사논문을 심사했다.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인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디모스 그리스 신임 총리(65)도 버냉키 의장과 같은 해에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로존 위기의 또 다른 해결사로 거론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도 MIT 경제학부 교수(64) 출신이다. 유로존 위기 해결에 나선 주연들이 이런저런 MIT 학연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이처럼 MIT 출신들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것은 1970년 중후반과 1980년대 초반 MIT 경제학부에서 일었던 학풍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당시 오일쇼크의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오가던 국제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IT 경제학부 교수와 제자들은 경제학을 어떻게 경제정책 구현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골몰했다. 다른 대학들이 경제학 이론연구에 집중할 때 MIT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학계에서는 동부 해안가의 도시인 보스턴 주변에 위치한 MIT와 하버드를 ‘바닷물 학파(saltwater school)’로 부르며 정부의 개입을 중시한다고 본다. 반면 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한 시카고학파를 배출한 시카고대와 미네소타대는 오대호(五大湖) 근처에 위치해 민물학파(freshwater school)로 불린다. 지금은 민물학파의 시대가 저물고 바닷물학파가 득세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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