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천광암]IT기업인들의 정치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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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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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산업부 차장
천광암 산업부 차장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인들의 몸값이 상한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유력한 대권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안 원장 자신은 “정치 입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행보가 정치인의 그것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외부위원 6명 중에도 IT기업가가 2명이나 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와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다. 조 대표는 1983년 비트컴퓨터를 창업해 의료정보 분야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워낸 1세대 벤처기업가다. 이 대표는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초 IT벤처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신진이다.

정치권에서 IT기업인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IT 분야는 부(富)의 대물림과 거리가 멀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많아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둘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뿌리째 바꾸고 있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SNS도 IT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IT기업인들이 상대적으로 능숙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IT기업인들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IT기업가라고 해서 정계에 진출하면 안 될 이유는 없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누구라도 와서 정치를 바꿔줬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는 점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너도나도 ‘정치 부업’에 재미를 들인다면 ‘소는 누가 키우나’ 하는 걱정을 떨쳐내기 어렵다.

IT산업은 다른 어떤 곳보다 부침이 심한 분야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 전자업체들의 쇠락을 누가 예상이나 했던가. 심지어 ‘IT기업의 영원한 맏형’ 노릇을 할 것 같던 마이크로소프트조차도 ‘TGiF(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의 위세에 밀려 존재감이 엷어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기조연설을 도맡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를 끝으로 CES를 떠나기로 했다는 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이 IT 분야에서 급성장을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별 게’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계 IT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TGiF의 무한질주는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다. 페이스북은 올해 기업공개를 통해 100억 달러가량의 자본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절대강자로 등극한 구글은 구글TV2.0을 선보이며 스마트TV 시장도 자신의 발아래 두겠다는 야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IT산업이 TGiF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탄탄한 독자생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을 앞에 두고 ‘정치 부업’에 바쁜 한국 IT기업가 군상과, 병마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불꽃을 애플의 미래를 위해 남김없이 불사르고 간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동시에 떠올리게 되는 것은 비단 필자뿐일까.

천광암 산업부 차장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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