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대세는? 뉴욕지점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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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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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 중심지서 활동… 해외 유명大 유학에 인적 네트워크…

‘바야흐로 뉴욕지점장 전성시대!’ 은행 보험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의 임원 인사에서 미국 뉴욕지점장 출신들이 부행장 등 임원으로 대거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23일 본부장도 거치지 않은 1960년생의 이상원 전 글로벌사업부장을 신성장사업그룹 부행장으로 발탁했다.

은행권 부행장들이 대부분 1950년대 중후반생으로, 국민은행에서는 1960년생 본부장조차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도 1961년생인 이동철 전략기획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KB금융 내에 본격적인 1960년대생 임원시대를 열었다. 이상원 부행장과 이동철 상무는 모두 2000년대 중반에 뉴욕지점장을 지냈다. 이에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해 12월 중순 두 번이나 뉴욕법인장을 지낸 유인근 현 뉴욕법인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뉴욕지점장으로 일한 조용병 신한은행 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 이현주 하나은행 부행장, 유석하 기업은행 부행장 등도 모두 최근 1, 2년 사이 부행장이 됐다. 황록 우리금융지주 전무, 최승남 우리은행 부행장도 2000년대 초반 뉴욕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뉴욕지점장 출신이 대거 임원으로 승진한 것은 글로벌 금융중심인 미국 월가에서 일하면서 쌓은 글로벌 감각이 인수합병(M&A)작업 등 은행의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동철 상무는 은행 지원으로 미국의 명문 법대인 튜레인대를 졸업하고 뉴욕 주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뉴욕의 대형 로펌인 심슨대처&바틀릿에서 1년간 근무하기도 한 그는 2000년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BII은행 인수 작업을 주도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상원 부행장의 발탁을 두고, 국민은행이 2008년 인수한 이후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카자흐스탄뱅크센터크레디트(BCC)의 경영정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병호, 이현주 부행장은 각각 뉴욕지점장이 되기 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땄다. 유석하 부행장도 미국 아이오와대 MBA 출신이다. 이를 종합하면 국제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과 해외 유학 때부터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지부진한 은행권의 M&A 및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하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직 뉴욕지점장 출신 임원들의 얽히고설킨 인연도 눈길을 끈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이동철 상무와 김병호 부행장은 2006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때 각각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주도하라는 지시를 받고 급거 귀국했다. 당시 국민은행이 승리했으나 이후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재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상원 부행장과 이현주 부행장은 이동철, 김병호 두 사람의 급거 귀국으로 뉴욕지점장 자리를 이어 받았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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