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기아자동차 ‘프라이드 1.6 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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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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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차, 이름빼고 다 바꿔… 성능은 ‘우수’ 안정감은 ‘글쎄’

1987년 최초 모델이 출시된 기아자동차 ‘프라이드(Pride)’의 이름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국민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 차를 개발하던 기아차는 1986년 대국민 공모로 차 이름을 정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살던 배경숙 씨를 비롯한 665명이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내놨다. 국내 시판과 동시에 해외 수출을 발표하며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겠다’던 기개를 이름에 담았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알찬 성능과 상품성으로 오랜 사랑을 받았다.


프라이드의 신형이 9월 출시됐다. 24년 동안 같은 이름을 쓰고 있으니 중간에 이름이 ‘리오’로 바뀌었을 때의 공백(2000∼2005년)을 제외해도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다. 신형은 디자인과 성능 상품성 등 모든 면에서 구형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1.6L급 휘발유직분사식(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140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16.7km다. 최근 기아차가 내세우는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세련미를 높였다. 기존 모델보다 길이를 11cm(세단형 기준)나 늘려 실내 공간도 넉넉해졌다.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달았다. 성능은 부족함이 없다. 시속 160km까지 가볍게 가속한다. 여러모로 ‘소형차’라는 등급이 무색한 수준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고속 주행이나 급격한 코너링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P)의 개입이 머뭇거리는 느낌이다. ‘달리고 돌고 서는’ 차량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를 합친 형태의 승용차)을 주력으로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 세단형은 차체 비율이나 디자인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시승에 사용된 고급형 모델의 편의품목은 지나치게 호화롭다. ‘생애 첫 차’를 사려는 20대를 공략하겠다는 모델에 정속주행장치(크루즈컨트롤)나 버튼 시동 스마트키, 공기청정기 등은 과한 면이 있다. 가장 싼 모델인 1.4L급 최저 품목 차량(1250만 원·자동)에는 필수에 가까운 안전장치인 제동잠김방지장치(ABS)나 ESP가 선택품목(옵션)이다. 뒷바퀴 서스펜션(현가장치)은 멀티링크 등 고급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CTBA(커플드토션빔액슬)를 사용했다. 저가 제품이라도 세팅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지만 프라이드를 타면서는 그리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가격은 1.4L급 1250만∼1463만 원, 1.6L급은 1498만∼1640만 원. 밑으로는 경차, 위로는 준중형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서 최근 소형차가 외면받는 것은 경차와 준중형차의 틈새 속에서 제품의 위치를 명확히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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