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위험 안 알렸다면?… 우리銀이 피해액 70%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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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펀드’ 87명에 20억 배상 판결과거 40% 책임서 크게 높아져

은행이 고객에게 원금이 전액 손실 날 수 있는 구조의 펀드를 확정금리 상품인 것처럼 팔았다가 손실이 발생했다면 피해액의 70%를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과거 법원이 펀드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한 은행의 손해배상 비율을 40%로 판단했던 것에 비해 배상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11일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워인컴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87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고객 피해액의 70%를 은행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피해액 29억 원 가운데 20억34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2005년 11월부터 팔린 파워인컴펀드는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해 3개월마다 연 6.7%의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알려져 2300여 명이 1700억 원 넘는 돈을 맡겼다. 우리은행은 펀드를 팔면서 편입종목의 가격이 일정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파생상품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확정금리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 실제로 파워인컴펀드1호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편입종목 중 상당수가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져 원금을 모두 잃은 상태다. 내년 1월 만기가 도래하는 파워인컴펀드2호도 원금 전액을 잃었을 개연성이 높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펀드를 만든 외국 회사가 일반인에게 공모 방식으로 팔기에는 부적합한 장외파생상품으로 설계했고, 우리은행과 우리자산운용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안전한 확정금리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고 밝혔다. 판매 과정에서 원금 손실이 날 수 있음을 알렸다 해도 펀드 구조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는 등 정보제공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판매사가 피해의 상당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판결과 과거 판결의 차이점을 분석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김주영 변호사는 “기존 판결에서는 단지 판매사가 고객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정도의 불완전 판매 선에서 배상비율을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펀드 구조 자체의 불합리성 등 내재된 위험이 크다는 판단을 해 배상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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