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잘나가는 업체 보증액 줄여 어려운 곳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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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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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투어 다녀온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보보증을 받아 성장한 우량기업들이 보증액을 갚아야 유망 기업이나 막 발을 뗀 신생 기업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보보증을 받아 성장한 우량기업들이 보증액을 갚아야 유망 기업이나 막 발을 뗀 신생 기업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돈인데 장기간 보증을 받고선 한 푼도 갚지 않는 건 특혜나 다름없죠. 이제 잘나가는 업체들의 보증액을 줄여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만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피로가 덜 풀린 듯 다소 수척해 보였다. 21, 22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함께 한 1박 2일 일정의 버스 현장투어에 이어 신보의 전국 8개 영업본부를 방문하는 강행군이 68세인 그의 나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 것 같다. 안 이사장 스스로가 “국회의원 시절 선거 운동할 때 이후 요즘이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2008년 7월 이사장 취임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안 이사장은 금융위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돈줄 개혁의 핵심인 정책보증기관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신보는 올해 총 1268개 업체에 대해 기존 보증액 중 13%인 767억 원을 줄이는 등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안 이사장은 앞으로 장기고액 보증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보증액 감축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제 보증 없이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우량 기업들조차 돈을 갚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한정된 재원으로 23만 개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이들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0년 넘게 15억 원 이상 보증을 받아온 중소기업부터 만기 때 일부를 상환하지 않으면 10∼30%의 가산금리를 물리는 방식으로 보증액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보증액 감축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현장을 다닐 때마다 감축 압박을 받는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 이어졌고 국회의원들도 안 이사장을 만날 때마다 ‘어려운 시기에 보증액을 줄이면 어떻게 하냐’고 성화를 낸다. 안 이사장은 “장기고액보증 기업이라도 보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량하거나 아예 사업이 망가진 업체부터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보증한도도 손보기로 했다. 그는 “10년 전에 일반보증은 30억 원, 특별보증은 70억 원으로 제한했지만 이제 여건이 많이 변했다”며 “중소기업의 규모를 고려해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시 담보나 보증서만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중소기업 대출 중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서를 통한 대출이 88%를 넘는다”며 “은행들이 보증기관에 리스크를 떠넘기고 가만히 앉아서 손쉽게 이자만 받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들이 수조 원씩 이익을 내는 마당에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리스크를 좀 더 안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체 신용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중소기업 자금 시스템 개혁에 대해서는 “은행의 담보위주 대출 관행을 바꾸겠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현재 글로벌 경제가 불안하고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까지 있어 다소 저항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보는 올해 중반 세계 경제 불안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당초 38조 원이었던 올해 말 보증잔액 목표치를 38조8000억 원으로 늘렸다. 내년 보증액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안 이사장은 “내년에도 잔뜩 구름 낀 경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책당국과 협의해 경기 변동에 맞게 지원 정책을 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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