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올해 신차의 솔직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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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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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완성차업체는 단연 현대·기아차이다.

미국 진출 25년 만에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서며 사상 첫 1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뒀는가하면, 중국에서도 점유율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시장에서 650만대를 팔아 지난해(574만대)에 이어 세계 자동차업체 순위 5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 받는 부분은 영업이익.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8조6480억원으로 폭스바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치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선 3년 내 글로벌 판매실적 3위 등극이 가능하다는 계산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미국 컨슈머리포트나 JD파워 등 세계 시장조사 전문기관들은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며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업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해외 공장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700만대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도약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신차들의 활약이 밑바탕이 됐다는 게 내부평가다. 올해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출시한 신차 10종의 성적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국민차 등극 ‘그랜저 HG’
현대차가 6년 만에 내놓은 준대형 세단 5세대 ‘그랜저 HG’는 지난 1월 출시되자마자 월간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서는 돌풍을 일으키며 국민차 ‘쏘나타’를 훌쩍 뛰어넘었다. 배기가스 실내 유입으로 8~9월 잠깐 주춤했지만 문제를 해결한 10월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0월말 현재까지 국내시장에서만 누적판매 9만1951대를 기록하고 있다. 아반떼와 모닝에 이어 3위의 성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목표했던 연내 11만대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는 세련된 디자인과 넓은 실내 공간, 신기술이 반영된 첨단 편의사양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0마력이 넘는 출력에 12km/ℓ 수준의 연비는 동급 최강이다. 현대차의 내년 판매 목표는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시장에서 13만대이다.

#북미시장에서 인기 신개념 PUV ‘벨로스터’
“벨로스터에 비하면 혼다 ‘시빅’은 신석기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블룸버그통신의 지난 10일자 기사의 한 부분이다. 블룸버그는 벨로스터 시승기사를 내보내며 “90년대 미국 대학생에게는 혼다 시빅이 자랑거리였지만, 이제부터는 벨로스터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출시한 벨로스터는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인기 높은 모델이다. 올해 10월말 누적 판매를 보면 국내에서 9394대를 판매한 반면, 해외에서는 2만7964대나 팔렸다. 특히 북미시장에서는 ‘개성을 중시하는 젋은이들의 첫차’로 각광받고 있다. 2+1도어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 비싸지 않은 가격, 다양한 전자장치 등이 현지 젊은이들이 꼽는 장점이다. 현대차는 파워부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최고출력 204마력의 벨로스터 터보 모델을 내년 1월 공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판매를 더욱 늘여갈 계획이다.

#고전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I40’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신차 중 예상 밖으로 국내시장에서 고전하는 두 모델이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I40’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6월 출시 이후 국내에서 월 평균 1500대 가량 팔리고 있지만 당초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10월말 현재까지 1만2481대로 꾸준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보편화되지 못한 것이 판매의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판매확대를 위해 배터리와 모터 등 주요 부품에 대한 보증기간을 10년 또는 20만km로 확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보증기간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또 하나의 모델 ‘I40’은 높은 완성도와 다양한 편의사양, 첨단 신기술로 무장한 프리미엄급 왜건이다. 지난 9월 국내 출시 당시 유럽시장의 맹주 폴크스바겐 ‘파사트 왜건’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그러나 국내시장 성적표는 10월에 542대를 파는데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반대로 먼저 출시한 해외에서는 7월 1068대, 8월 2325대, 9월 2474대, 10월 3403대로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스코틀랜드 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왜건’에 뽑히고 ‘2011 유로 가바지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유럽에서 뛰어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는 i40의 디젤 1.7 VGT 모델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11월 이후 국내 판매량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화 성공한 ‘쏠라리스’, ‘이온’
올해 하반기 러시아에서 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외국회사는 어디일까. 정답은 현대차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러시아에서 1만5317대를 팔아 수입차 시장 월별판매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1만1955대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올해 누적판매에서도 2위에 올라있다. 러시아 시장에서 이런 현대차의 실적을 이끈 모델은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다. 쏠라리스는 신형 엑센트를 기반으로 개발한 러시아 전략형 모델. 쏠라리스는 올해 10월말 누적판매 8만4383대로 러시아 수입차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엑센트를 러시아의 혹독한 환경과 현지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한 ‘쏠라리스’로 고쳤다.
이온(EON)은 현대차가 지난 9월 인도시장에 출시한 현지 전략형 경차다. 인도에서 27만루피(한화 640만원)에 판매하는 이온은 배기량 800cc급 5도어 해치백으로 최고출력 56마력, 최대토크 7.6kg.m, 공인연비 21.1km/ℓ의 성능을 가졌다. 아직 출시한지 얼마 안돼 판매량으로 성공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9월 7188대, 10월 6274대가 팔리며 성공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온은 인도시장에서 연간 14만~1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내년이면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일본 마르티 스즈키의 소형차 ‘알토(Alto)’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는 지난 9월까지 인도에서 27만6192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18.6%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한 수치로 1위 스츠끼 마루티(44.7%)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 타타자동차는 12.1%로 3위다.

#잘나가는 ‘모닝’, ‘레이’와의 집안싸움 주목
올해 현대·기아차의 신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차 모닝이다. 지난 1월 풀 체인지 모델 출시 후 국내외에서 월 평균 2만대 가량 판매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0월말 누적 통계는 수출포함 18만8023대에 달한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뛰어난 연비, 경차답지 않은 다양한 편의사양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11월말 출시 예정인 경형 박스카 ‘레이’와의 집안싸움에서 얼마나 선전할지가 내년 판매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모닝이 선전하는 또 다른 이유로 잔존가치를 꼽았다. 3년 된 1100만 원짜리 모닝을 중고차로 사려면 최소한 800만원은 줘야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모닝이다.

#고민거리 ‘K5 하이브리드’
지난 5월 출시된 ‘K5 하이브리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기아차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월 평균 700대 가량 팔리고 10월말까지 누적 판매는 3986대에 불과하다. 수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4221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정 회장은 최근 실적부진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라. 가솔린 하이브리드차를 독자 개발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잃지 마라.”고 임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도 기술력으로 판매부진을 극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3년까지 R&D에 집중해 연비를 더욱 높인 새로운 가솔린 하이브리드차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프라이드’, ‘K2’
기아차 ‘프라이드(현지명 리오)’가 유럽시장에서 날개를 달았다. 최근 안전성을 평가하는 NCAP(유럽신차평가프로그램)에서 최고점인 별 다섯 개를 획득했기 때문. 프라이드는 지난 6월 해외시장에 처음 출시한 이래(국내는 10월) 판매 첫 달 3236대를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1만5578대를 팔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0월말 글로벌시장 누적 판매는 5만3663대이다. 기아차는 이번 NCAP 최고점 획득으로 판매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라이드의 중국형 모델이 ‘K2’이다. 중국 둥펑위에다기아 옌청공장에서 생산하며 지난 6월 현지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첫 달 292대를 시작으로 매달 판매량을 늘려 지난달에는 1만1327대를 팔았다. 디자인과 경제성, 실용성에서 중국 20~30대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아차는 내년 미국시장에서 프라이드를 본격 판매한다. 내년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에서 모두 26만대(국내 2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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