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이야기]그 많던 일본차… 다 어디로 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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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리고 있는 LA오토쇼는 세계 5대 모터쇼에 들지는 않지만 규모는 상당했다.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3500만 명으로 미국 주 가운데 1위며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다 해안지역에 부유층이 많이 살아 고급차 수요도 크다.

이번 LA오토쇼에선 두 가지 눈에 띄는 흐름을 보였다. 첫째, 일본차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스바루 등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부분의 브랜드가 참여했고 전체 전시장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출품한 자동차나 언론의 관심은 예전만 못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해 22개 브랜드가 언론발표회를 열었지만 도요타와 렉서스는 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일본차가 위축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미국 기자들은 “일본차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지 모르겠다”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에서 자동차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임범석 교수는 “일본 브랜드들은 품질 문제와 원전사고 등 거듭되는 악재로 충격에 빠지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발목을 잡으면서 밋밋한 자동차만 계속 만들어 정체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지금 어떤 브랜드보다 디자인에 활기가 넘치고 자신감이 있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회사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며 “하지만 롤 모델이었던 도요타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실패도 닮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용’은 한국차에 밀리기 시작했고 ‘프리미엄’은 독일산을 잡지 못한 도요타가 어떻게 난관을 돌파할지가 앞으로 자동차산업 분야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둘째, LA오토쇼에는 CODA와 DOK-ING이라는 소규모 회사가 전기차를 내놨다.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 본사가 있는 CODA사는 중국에서 차체를 들여와 전기차를 만들었다.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모아 배터리 기술과 값싼 차체를 결합해 전기차를 제작했다. 크로아티아의 DOK-ING사가 내놓은 3인승 전기차는 내년 유럽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가격은 보조금을 포함해 4만 달러 안팎으로 싼 편이 아닌 데다 차의 완성도가 높지 않고 회사의 인지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경제성과 이동이 주목적이고 구조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단순해 신규 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승부하면서 품질만 일정 수준 이상을 만족시킨다면 소규모 전기차 회사들의 전성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자동차산업의 패권이 흔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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