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해외기업 M&A가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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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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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16일 스페인 수처리업체 ‘이니마’ 인수 본계약
엔지니어링-발전설비 등… “기술력-거점 확보 지름길”

허정재 GS건설 발전·환경사업본부장과 가르시아 리나레스 OHL그룹 부회장이 16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OHL 본사에서 세계 10위권 수처리 업체인 ‘이니마’ 인수에 대한 본계약을 맺고 악수를 하고 있다. GS건설 제공
허정재 GS건설 발전·환경사업본부장과 가르시아 리나레스 OHL그룹 부회장이 16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OHL 본사에서 세계 10위권 수처리 업체인 ‘이니마’ 인수에 대한 본계약을 맺고 악수를 하고 있다. GS건설 제공
국내 건설사들이 ‘제3의 황금기’를 맞은 해외건설 시장에 주력하면서 해외기업 입수합병(M&A)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잇달아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와 수(水)처리 업체를 사들이며 M&A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

국내 건설경기가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해외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빠른 속도로 미개척 시장을 뚫기 위해 해외 기업과의 손잡기가 절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M&A를 통해 해외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선 건설사들이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현지화)’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은 이달 16일 스페인 건설사 OHL그룹의 자회사인 수처리 업체 ‘이니마’를 인수하기 위한 본계약을 했다. 내년 초까지 2억3100만 유로(약 3520억 원)에 이니마 지분 100%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내 건설사가 인수한 해외 기업으론 최대 규모다. GS건설은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수금액의 절반가량을 국내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조달할 예정이다.

이니마는 역삼투압(RO) 방식의 담수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업체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은 1억3000만 유로이며 중남미와 유럽, 북미 시장에서 2조 원 규모의 담수플랜트 관련 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GS건설은 수처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담수플랜트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이 중동과 동남아 중심의 영업망을 갖고 있었는데 그동안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시장에서 실적을 쌓아온 이니마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입찰 기회를 확대하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인수하려는 건설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올 초 계열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당시 대우엔지니어링)과 함께 에콰도르 최대의 플랜트 시공업체인 산토스CMI를 약 800억 원에 사들였다. 발전, 화공, 토목 분야에서 다양한 시공 경험을 쌓아온 기업으로 멕시코, 칠레, 브라질, 미국 등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2006년 9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칠레 에너지 플랜트 시장에 진출한 포스코건설은 중남미 플랜트 업체를 직접 사들여 중남미 시장의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두산중공업도 올 초 인도 발전설비업체 AE&E 첸나이워크스를 약 300억 원에 인수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는 매년 25GW의 새 발전소를 발주하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발전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인도 현지기업 M&A를 통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삼성물산,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도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 인수 계획을 세우고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급부상한 중국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와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도 좀 더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기업이 갖지 못한 기술력을 보다 쉽게 확보하고 시장 거점을 확보하는 데는 M&A 전략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이라면 자사에 부족한 기술력이나 미래 핵심기술을 갖춘 중소업체를 인수하는 게 좋다”며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피인수 기업과의 문화 차이 탓에 생기는 혼란과 전문인력 이탈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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