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부의 양극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22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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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대기업 회사원 최경학 씨(29)는 5월 아버지 고향인 충남 서산시에 5000만 원을 투자해 땅을 샀다. 지난해 부모님과 함께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재테크 강의를 듣다 땅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실전에 나선 것이다. 최 씨는 "부모님이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려와 학생 때부터 친숙했다"며 "종자돈을 잘 굴려서 꾸준히 투자를 늘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0대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유 있는 소수의 20대는 오히려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가구의 저축이 모든 세대 중 유일하게 줄어든 반면에 20대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오히려 전 세대 중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통계청의 '2011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올해 20대 가구(평균 연령 26.4세)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6.1%로 지난해보다 8.9%포인트 늘었다. 부동산 자산비중이 가장 큰 60대 이상(83%)이 1년 새 부동산 자산이 2.4%포인트 줄어든 것을 비롯해 모든 세대의 부동산 자산이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20대만 늘어난 것이다.

20대 가구 중 부동산을 갖고 있는 가구의 비중은 21.1%(2010년 19.1%)였고, 이들은 지난해보다 22.8% 늘어난 평균 1억 8135만 원 어치를 갖고 있었다. 30대는 2억 3959만 원→2억 3939만 원, 40대는 3억 1198만 원→3억 1940만 원으로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눈길을 끄는 건 20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이외에 다른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20대 부동산을 세분화해 보면 거주주택은 27.2%(평균 1억 4285만 원)로 지난해보다 비중이 1.5%포인트 감소한 반면 거주주택 이외(18.8%)와 토지(12.8%)는 각각 10.3%포인트, 8.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20대 중 토지를 갖고 있는 가구 비중은 2.6%에 불과했지만 이들은 평균 4억 4219만 원 어치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 60대 이상(2억 1754만 원)의 2배를 넘는 규모다.

20대의 부동산 자산이, 그것도 거주주택이 아닌 투자 목적 자산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건 우선 표본이 작은 탓이 크다. 통계청 측은 "2O대 가구 비중이 전체의 5.3%에 불과하고 보유자산 액수도 크지 않기 때문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금만 바꿔도 큰 폭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의 양극화'가 20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20대 저축자산이 1879만 원→1589만 원으로 1년 새 290만원 줄어든 가운데 투자용 부동산 비중이 늘어난 것 자체가 대표적인 쏠림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전세난 때문에 젊은 세대가 외곽으로 밀려나는 마당에 20대 부동산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통계는 분명 상식적이지 않다"면서도 "부동산 재테크 강의에 부모 손을 잡고 오는 20대들이 크게 늘긴 했다. 대부분 부모가 집이나 토지를 증여한 뒤 공부를 시키려는 경우"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오피스텔이나 소형 임대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젊은 세대에서도 커지고 있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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