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처럼 자원없는 나라 FTA 거부하다간 곧 자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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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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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모기업 日 FR그룹 야나이 회장 방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앞으로 비즈니스의 중심은 아시아입니다.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에서의 성공은 곧 아시아의 성공인 만큼 한국 시장에 힘을 실을 예정입니다.”

세계적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형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FR)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의 서울 명동중앙점 플래그십 스토어 개점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11일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명동중앙점은 총면적이 3966m²(약 1200평)로 유니클로의 아시아 매장 가운데 가장 넓다. FR그룹은 1984년 일본에서 ‘유니클로’를 론칭한 이후 전 세계로 영역을 확대해 현재 11개국에서 1024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 롯데쇼핑(49%)과 FR그룹(51%)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FRL코리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3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해마다 평균 60%씩 고도의 성장을 하고 있다.

본보 인터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2014년까지 매장 150개를 확보해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단일 패션 브랜드로는 국내 최대 규모가 된다. 유니클로는 2020년에는 매장을 300개로 늘려 3조 원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비전도 공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한 일본 기자는 마침 이날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해석할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방침을 밝힌 데 대한 야나이 회장의 의견을 물었다. 야나이 회장은 “참여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이어 본보와의 인터뷰에선 “한국과 일본처럼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FTA를 하지 않으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니클로’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릴 정도로 침체기에 빠진 일본의 경제 상황에서 성장을 지속해 ‘일본의 자존심’이라 칭송받게 된 것도 “낡고 닫힌 것이 아닌 ‘열린’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와세다대 정치학과 재학시절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저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두 달 전부터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앞당겨 오후 4시에 퇴근한 뒤 오후엔 영어 등 외국어 공부를 하도록 독려한 것도 이전에 삼성이 실험한 조기퇴근제에서 벤치마킹을 한 것입니다.” 내년 3월부터는 사내 영어공용화도 본격 실시할 예정이다.

일본 ‘포브스’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야나이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 부자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일부 기업가가 자발적으로 부유세 납부 의지를 밝힌 데 대해 그는 “취지에 백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 점령 시위’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보다 내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큰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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