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한국증시]CTA전략 중심 펀드로 ‘토종 헤지펀드’ 미리 맛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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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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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방향성 좇아 투자하는 펀드
변동성 큰 장에서 수익률 높아질수도


《‘한국형 헤지펀드 나오기 전에 CTA펀드로 맛보기 해볼까.’ 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재간접 헤지펀드도 전략별로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2,000 선을 넘나들던 코스피가 1,700 선까지 떨어지더니 다시 치고 올라오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절대수익을 표방한다는 재간접 헤지펀드들도 맥을 못 춘 것.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CTA(Commodity Trading Advisory·주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전략 중심의 펀드는 견조한 수익률로 발 빠른 투자자들 사이에서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안착하기 전까지는 CTA 전략 펀드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향성’ 좇는 CTA전략 새롭게 주목


아직까지 일반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CTA전략은 전 세계 시장에 상장된 다양한 선물을 사거나 팔아서 이익을 내는 방식의 운용법을 말한다. 주식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의 채권 통화 원자재 등 다양한 선물상품에 투자하면서 분산투자 효과를 노린다. 특히 가격의 방향성을 좇는다.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상승 추세의 신호가 있을 때는 매수하고 하락 추세라고 판단되면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특정 종목을 골라내기보다는 가격의 방향성을 짚어야 하니 운용인력도 일반 펀드와는 차별화된다. CTA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로는 일반적인 경제학 전공자 대신 수학 통계학 물리학 전자공학 전공자가 우대를 받는다. 시스템 매매모델을 만들고 이를 개선해 나가려면 이들 전공자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추세를 따라가는 CTA전략은 상품의 ‘가격’이 아닌 ‘가격의 방향성’에 투자해 자산 가격이 내리더라도 추세만 잘 파악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강일 동양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CTA전략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일정한 추세만 있으면 추세에 베팅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폭락장에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도 CTA전략을 구사한 펀드들이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있는 모든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최근처럼 증시가 방향성 없이 움직여도 통화나 채권에서 형성되는 추세를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미리 짜인 프로그램의 명령에 따라 매매가 결정되는 것도 급락장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변동성 큰 장에서 오히려 강세

국내 CTA 펀드들은 10월 유럽 재정위기 해결 기대감으로 상승랠리를 펼쳤을 때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와 비교해 보면 다른 일반 펀드들에 비해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멀티마켓CTA증권투자신탁1호(주식혼합-재간접형),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글로벌오퍼튜니티증권펀드(재간접형)’,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대안투자형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혼합-재간접형)’ 등이 현재 CTA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국내 주요 펀드들이다.

이 펀드들은 11월 1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각각 ―2.48%, ―1.02%, ―0.61%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이 7.19%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수익률이다. 하지만 3개월 수익률로 보자면 ―4.46%, ―6.28%, ―3.79%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11.92%)보다 선방했다. 동양자산운용 동양멀티마켓CTA증권1호 펀드를 운용 중인 조성만 펀드매니저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도 CTA펀드는 하락 추세에 제대로 올라타서 30% 이상 수익을 냈다”며 “방향성이 강하다 보니 오히려 폭락장에서 수익률이 두드러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CTA펀드를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의 틈새 투자처로서 추천하는 이들도 많다. 급락장이 지속되면서 뛰어난 수익률을 계속해 내는 ‘스타 펀드’가 없어진 만큼 분산투자 차원에서 CTA펀드를 고려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재간접 헤지펀드들은 CTA전략에 대한 비중이 높은 편인데 하락장에서 수익률 방어력과 낮은 변동성을 입증하며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며 “다만 상승국면에서는 수익률의 상승탄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도 보이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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