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災에 우는 日자동차… 현대차는 ‘가속페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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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에 악… 엔고에 으악… 태국홍수에 으아악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가 연이은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엔고와 태국 홍수를 만난 것이다. 일본 자동차업체가 3중고로 체력을 소진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업체는 간접적인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도요타 북미공장 다시 조업 중단

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태국은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의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곳이다. 동남아의 중심이라는 지리적인 요인에다 인근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공산주의 체제인 것과 달리 민주주의 체제를 택한 정치적 특성까지 작용하면서 태국에 공장을 짓는 업체가 늘어났다. 태국이 ‘동남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도요타 혼다 닛산 마쓰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는 1960, 70년대부터 태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지금도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을 따라 태국에 진출한 일본 부품업체도 홍수 피해를 보면서 조업 중단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완성차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31일 일본 언론과 자동차업체는 “태국 홍수에 따른 일본 자동차의 조업 중단이 길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는 태국 현지 공장의 생산 재개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10∼12월)에 약 10만 대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도요타는 부품 공급 차질로 지난달 29일 일본은 물론이고 캐나다 미국 등 북미 공장의 생산도 하루 동안 중단했다.

일본 자동차업체에 태국 홍수가 더 뼈아픈 것은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에서 겨우 벗어나려 하는 시점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9월 “일본과 북미 생산라인의 가동을 100% 정상화했다”며 “밀린 물량을 생산하기 위한 초과 근무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2개월가량 빠른 회복이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다시 조업은 중단됐다.

여기에 올해 내내 지속된 ‘초(超)엔고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31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78.97엔까지, 엔-유로 환율은 유로당 110.83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일본 자동차업체에 올해처럼 동일본 대지진, 엔고에 태국 홍수 등 갖가지 악재가 연이어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생산 회복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당분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 “최대 경쟁사의 부진으로 간접 이익”

자동차업계에서는 일본 자동차업체의 이 같은 3중고로 세계 5위권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형실 신영증권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태국 홍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회복되는 시점에서 물폭탄을 맞은 격”이라며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 파는 일본 자동차의 부품 중 15%는 일본에서 조달을 하는데, 엔고 때문에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동남아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 같은 직접적인 반사이익은 거둘 수 없겠지만 최대 경쟁사의 부진으로 현대차가 간접적인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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