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 반도체처럼 치킨게임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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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넥솔론 김진 대표

태양광 잉곳 및 웨이퍼 생산업체인 넥솔론 김진 대표. 넥솔론은 올해 생산능력 기준으로 이 분야 세계 5위에 올랐다. 넥솔론 제공
태양광 잉곳 및 웨이퍼 생산업체인 넥솔론 김진 대표. 넥솔론은 올해 생산능력 기준으로 이 분야 세계 5위에 올랐다. 넥솔론 제공
“태양광 산업도 반도체처럼 본격적인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태양광전지에 들어가는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넥솔론의 김진 대표는 최근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태양광 산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 대표는 “잉곳 및 웨이퍼 생산에서 세계 1위인 중국 GCL이 원가 이하의 공격적 가격 전략으로 경쟁자를 도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OCI의 관계사로 2007년 설립된 넥솔론은 올해 생산능력 기준으로 잉곳과 웨이퍼 분야 세계 5위(1.7GW)를 달리고 있다. 잉곳과 웨이퍼는 태양광 모듈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덩어리 혹은 얇은 판으로 가공한 것을 말한다.

현재 태양광 원료 산업에서 수익성을 좌우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2007년 말 kg당 40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40달러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이는 태양광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가 자국 생산업체들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영향이 컸다. 중국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급격히 늘리면서 공급과잉이 빚어진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현재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태양광 웨이퍼 시장의 1∼3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잉곳과 웨이퍼 톱5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36%에서 올해 50%로 높아졌다”며 “글로벌 폴리실리콘 시장이 상위 3개 업체 위주로 재편된 것처럼 이 분야도 불황기에 살아남으면 탄탄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태양광 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경제위기 등의 여파로 단기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태양광의 전력생산 단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격이 떨어져 수익이 낮아졌을 뿐 전체적인 시장 수요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이 양적으로는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웨이퍼의 품질이나 기술수준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2008년경 태양광 웨이퍼 안에 실리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중국산 사기(詐欺)제품이 시장에 나온 적이 있다”며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전력생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도 있어 몇몇 고객사는 중국산 제품을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생산설비를 연평균 500MW씩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라며 “2014년까지 생산능력을 3.2GW까지 키워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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