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가격 내렸는데 기름값 연일상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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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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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내릴동안 활율 12%올라 중동국가 갈등도 상승 부추겨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15일 L당 평균 1974.46원으로 역대 최고로 올랐다. 종전 최고는 정유사의 기름값 한시 인하 직전인 올해 4월 5일의 1971.37원이었다.

주유소 보통휘발유 값은 지난달 4일 1933.21원 이후 42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고 있다. 국제 현물가격이 내리는 데도,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데도 국내 기름값은 떨어질 줄 모르는 것이다.

○ 국제유가와 환율 엇박자

기름값 상승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싱가포르 현물가격이 안정되면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환율이 하락세면 현물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다.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주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1일 배럴당 127.26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려 이달 4일에는 113.87달러까지 하락했다.

상식적으로는 정유사가 판매하는 기름값도 떨어지는 게 맞지만 정유사의 국내 보통휘발유 공급가격은 지난달 첫째 주 L당 1865.61원에서 이달 초 1891.02원으로 오히려 25원가량 올랐다.

그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일 달러당 1062원을 기록한 후 계속 올라 4일에는 1193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현물가격이 10% 떨어질 때 환율은 12% 오른 것이다. 달러를 주고 기름을 사들여 원화를 받고 파는 국내 정유사들은 “현물가격이 떨어져도 환율이 더 많이 올라 기름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환율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현물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14일 싱가포르 현물시장 휘발유 값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35달러 오른 123.89달러를 기록했다.

○ 공급은 위축되는데 수요는 늘어

우리나라가 한 해 쓰는 기름의 80%는 중동산 두바이유다. 싱가포르 현물가격 역시 두바이유를 바탕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중동의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의 암살 음모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기름 수요는 전체적으로 늘어날 조짐이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더해 미국의 민간부문 신규 채용이 늘어나는 등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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