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고액 배당? 그럴 상황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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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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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회장, 금융계 첫 ‘배당 자제’ 밝혀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이익을 쌓아놓음으로써 2, 3년 이어질 수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를 견딜 체력을 비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이익을 쌓아놓음으로써 2, 3년 이어질 수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를 견딜 체력을 비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000억∼7000억 원 더 늘겠지만 배당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할 계획입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워 고액 배당을 할 상황이 아닙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2, 3년 이상 이어질 확률이 높아 매우 보수적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며 “내부유보금과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고 배당은 지난해 정도로만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고액 배당과 고임금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 최초로 올해 3조 원대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신한금융이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고액 배당 자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외국인 주주의 반발 등을 우려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다른 금융지주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2조3839억 원의 순익을 거뒀고 5862억 원을 배당했다.

한 회장은 “올해 당기순이익 추정치에는 현대건설 매각차익이 들어 있다”며 “매각차익을 제외하면 신한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금융회사의 적정 수준인 15%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며 “올해 쌓은 이익을 잘 비축해야 내년을 견딜 수 있다”고도 했다. 배당을 늘릴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

고액 배당 자제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반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신한의 2대 주주인 미셸 페베로 BNP파리바 회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할 필요성에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소개했다.

2001년 12월부터 신한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BNP파리바는 현재 신한금융 주식 6.35%를 보유하고 있다. 한 회장은 “시중은행의 외국인 주주 중 해당 주식을 10년 가까이 보유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신한과 BNP파리바의 관계는 남다르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BNP파리바의 신한 주식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회사 인수설과 관련해 “한때 보험회사 인수에 관심이 있었지만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신한생명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로 금융지주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아졌다”며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여력이 없다”고도 했다. 보험업계 4위인 신한생명이 최근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업계 3위인 교보생명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어 자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도 섰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 ‘따뜻한 금융’을 경영전략으로 내세운 한 회장은 이 전략의 본질이 현물 기부가 아니라 금융을 통해 고객의 혜택을 늘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과 거래하면 손해 보지 않고 부자가 된다’고 말하는 고객이 늘어날 때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은행’이라는 신한의 부정적 이미지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금융계 일각에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이 수렴청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회장은 “나를 친(親)라응찬 인사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친라응찬 인사도, 반(反)라응찬 인사도 아니고 오직 ‘친신한’ 인사일 뿐”이라며 “신한지주의 발전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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