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유럽판 공적자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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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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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조유로 규모 구제자금 구상… 위험국 국채 매입때 사용

유럽의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유럽국들이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식 대규모 구제자금 투입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대형 금융기관이 잇따라 부도 위기에 직면하자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26일 독일 관리들이 현재 4400억 유로 규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2조 유로로 늘려 그리스 같은 고위험 국가의 부채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22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논의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금이 조성되면 EFSF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차입이 어려운 국가의 채권을 매입하게 된다. 지금은 유럽중앙은행(ECB)만이 맡고 있는 국채매입에 EFSF가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계획이 5, 6주 내에 실행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이는 정부 공적자금으로 부실 금융기관을 구제하듯이 유럽 국가가 조성한 기금으로 신용불량 국가를 구제하는 것이다.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의 보증으로 ‘유로 본드’를 발행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유럽 공동의 자금으로 재정 위험국의 채권을 매입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다. 따라서 기금 조성 및 활용을 놓고 논란도 예상된다.

더 타임스는 기금이 이같이 직접 신용불량 국가의 채권 매입에 나설 경우 채권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상당한 ‘위험 보호’ 기능을 발휘해 직접 투입한 기금액수보다 4∼5배의 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이 이같이 사실상 ‘유럽판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조치에 나서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그리스가 약 3500억 유로에 이르는 부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약속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즉, 그리스의 자구 노력에 신빙성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EFSF 관리들은 그리스가 무너지면 ‘도미노 효과’로 유럽과 전 세계로 악영향이 파급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압도적인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유로권의 EFSF 대폭 증액을 통한 위기 해소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S&P의 데이비드 비어스 국가신용평가 부문 대표는 25일 로이터 회견에서 “EFSF 증액이 유로권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어스 대표는 유로권이 EFSF를 무제한 조달(기금 확충)하기 힘들 것임이 명백하다면서 “EFSF가 더는 싸고 위험부담 없이 조달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의 신용 재정위기 타개책으로 줄곧 TARP 같은 방식을 도입하도록 주장했다.

한편 BBC는 독일 등 유럽국에서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 배제론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리스 관리들은 “유로존을 떠나게 되면 그리스는 1960년대나 70년대로 후퇴할 것”이라며 “유로존 잔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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