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피한 저축銀도 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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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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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1곳 금융비리 수사… 금감원-예보와 합수단 구성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전국 특수부장검사 회의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전국 특수부장검사 회의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검찰이 최근 영업정지된 토마토 제일 등 7개 저축은행과 영업정지를 피한 6개 저축은행 중 11곳의 금융비리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19일 금감원에서 넘겨받은 11개 저축은행에 대한 고발장을 토대로 이달 말까지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과 함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을 만들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뿐 아니라 영업정지를 피한 저축은행 가운데 대주주의 비리가 드러난 은행도 고발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특수부장검사회의에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수사단에는 100여 명의 검사와 수사관, 금융당국 임직원이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장에는 권익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서울고검 청사 등에 합동수사단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사팀의 구체적인 규모나 장소, 수사 방향 등에 대해서는 22일 밝힐 예정이다.
▼ 서류위조해 단골사장에 200억 불법대출

검찰이 금감원에서 넘겨받은 고발장과 수사의뢰서에는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자금을 불법 대출하거나 특수목적법인(SPC) 등 유령회사를 내세워 돈을 빼돌린 사례가 상당수 포함됐다. 다만 영업정지를 피한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개인 비리가 많아 은행의 존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저축은행은 2005∼2010년 단골 거래 기업의 사장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2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해줬다. 이들은 서류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한 것처럼 꾸몄지만 금감원은 이자 납부명세 등을 추적해 이 은행이 상호저축은행법에 명시된 동일인 대출한도 규정을 어긴 사실을 밝혀냈다. B저축은행은 계열 저축은행에서 유치한 자금으로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위험 시행사업에 투자해 부실을 키웠다. 또 저축은행에서 불법으로 자금을 빌린 사람이 연체이자를 갚기 위해 SPC를 세워 신규 대출을 받아 빚을 갚은 사례도 상당수 발견됐다.

검찰은 저축은행 업계가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무려 17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고도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을 키워 국민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심각하고 중대한 경제범죄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5000만 원 초과 예금액은 1560억 원, 후순위채 피해금액도 2232억 원이나 돼 대주주 및 경영진의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6개월에 걸친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로 이 분야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저축은행의 비리 실태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 영업정지 당일 7개 은행에 직원들을 파견해 부당인출을 사전에 통제하고 검찰이 영업정지 하루 뒤 금감원에서 고발장을 신속하게 넘겨받은 것도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검찰이 금융당국 등과 함께 대규모 합동수사단을 꾸리는 것은 2001년 ‘공적자금 비리 합동단속반’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부와 검찰이 저축은행의 구조적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단속반은 4년간 활동하며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 김태형 전 한신공영 회장 등 106명을 구속 기소하고 17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568억6000만 원의 은닉재산을 환수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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