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해외 석탄광산 中싹쓸이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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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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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원전 불안감 겹쳐 몸값 뛰는 석탄

“우리에게 석탄은 금 못지않게 귀한 존재입니다. 외국의 경쟁기업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무기로 덤볐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창현 LG상사 석탄영업1팀 부장(42)은 2009년 LG상사가 인도네시아의 MPP 석탄광구 지분 100%를 확보하기까지의 과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에도 석탄은 ‘귀한 몸’이었다. 중국, 일본, 호주 등 각국 기업들이 석탄광구를 차지하기 위해 속속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빠른 결단력을 내세워 무서운 속도로 광구를 사들였다. LG상사가 MPP 광구를 사겠다는 뜻을 현지에 전했을 때도 뒤늦게 뛰어든 중국 화교기업들이 ‘더 좋은 조건에 사겠다’며 인도네시아 탄광주를 대상으로 물밑작업을 편 탓에 애를 먹기도 했다.

중국 ‘석탄 큰손’들의 비즈니스 방식은 유명하다. 현금 뭉치를 들고 와 쇼핑하듯 광산을 사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거의 성사된 계약 단계에서 ‘저쪽이 제시한 돈의 2, 3배를 줄 테니 광구를 우리에게 달라’고 가로채는 일도 잦다.

LG상사는 이런 경쟁자에 ‘현지인 마음 사로잡기’로 맞섰다. 학교와 이슬람사원을 지어주고, 현지 인력을 대거 고용하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유연탄 t당 2.5달러의 기금을 지역발전을 위해 내놓겠다는 약속도 했다. 결국 LG상사는 경쟁에서 이겼다. 현재 LG상사는 인도네시아에서 협력사까지 포함해 1000여 명의 현지인을 고용하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부장은 “토지대장이 전산화돼 있지 않아 이중 삼중으로 비용을 보상해주기도 하지만 석탄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석탄 확보 각축전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흔히 석탄이라 하면 ‘한물간’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해외 자원개발 기업들에는 오히려 석유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석탄 수요가 급증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에너지의 7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석탄 블랙홀’로, 지난해 총 1억6600만 t을 수입해 세계 최대의 석탄 수입국이 됐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최근 동일본 대지진 사태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쳐 석탄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LG상사의 주력 생산자원 역시 석유에서 석탄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LG상사의 자원부문의 세전(稅前) 이익은 총 1400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의 석탄광구가 벌어준 돈의 비중이 3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의 완투고 광구가 시험생산을 마치고 생산을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이 수치가 4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상사 외에 대우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포스코 등도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지에서 지분참여 방식으로 석탄광구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호주에 석탄광구를 확보했고, SK네트웍스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서 석탄사업부를 인수해 호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10개의 석탄 광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호주와 캐나다 지역에 집중해 석탄광구를 확보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석탄 처리기술의 발달로 오염물질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게 됐고, 열효율도 높아져 석탄의 인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석탄광구를 둘러싼 기업, 국가 간의 경쟁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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