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독한 LG’ 1년 성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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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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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기술 성과-신성장동력 과감한 투자… 휴대전화는 여전히 고전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

지난해 10월 1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사진)이 국내외 임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CEO) 취임 일성으로 던진 말이다.

구 부회장의 CEO 취임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LG전자가 심각한 위기 상태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3분기(7∼9월) 회사가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자의 위상은 추락했고, 남용 부회장은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CEO가 바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이었다.

구 부회장은 먼저 다섯 가지 중점 관리 항목을 발표했다. △예측가능 경영 △수익구조 개선 △개발과 출시 일정 준수 △품질 책임경영 △미래 준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LG전자 임직원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한마디는 바로 ‘독기(毒氣)’였다. 구 부회장이 무엇보다 임직원들에게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도록 주문하면서 ‘독한 LG’를 만들자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의 ‘독한 LG’는 마케팅으로도 표출됐다. 실제로 ‘3차원(3D)으로 한판 붙자’도 구 부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소니 등 경쟁사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 6월에는 미국 광고에 ‘삼성·소니, 2차원(2D) TV나 만들지’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LG디스플레이와 함께 ‘독하게’ 삼성전자와 3D 기술 방식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1위 삼성전자가 LG와의 논쟁에 말려들면서 두 회사가 대등한 이미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LG전자 3D TV가 구매클릭 점유율에서 59.5%로 나타나 30.7%인 삼성전자보다 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구 부회장은 오너 CEO로서 새로운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시도했다. 올해에만 LS엠트론 공조부문과 수(水) 처리업체인 대우엔텍을 인수했다. 여기에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또 이달 초에는 경기 평택시에 2014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수 처리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의 연구개발(R&D) 및 생산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악재도 많았다. 오너 CEO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조직 내 ‘눈치 보기’가 LG전자를 퇴사한 한 연구원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드러난 것이다. 이 연구원은 편지에서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없고 위에서 말하면 그대로 결정된다”고 썼다.

또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소용돌이 속에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없는 LG전자의 위기설이 다시 부각됐다. 여전히 LG전자의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적자다.

최근 LG전자는 MC사업 부문의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조직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일부 해외 사업장과 마케팅 부서 등은 인력 감축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의 경영 성과는 결국 올해 말에 수치가 말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해 2분기 연속 적자를 올해 1분기(1∼3월) 흑자로 돌려놨다. MC사업본부의 흑자 전환 여부가 올해 ‘성적표’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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