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위기’ 오면 은행 외화사정 어려워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7시 19분


코멘트

극단적 스트레스테스트에 은행들 `미흡'
정부 "긴장 못 늦춰..올해 안에 해결하라"

유럽의 신용경색 우려가 '제2의 금융위기'로 번지면 적지 않은 은행이 외화사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추가 확보해 '지도기준'에 맞추도록 주문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12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마친 '외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상당수 은행이 테스트가 요구한 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 관계자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버금가는 신용경색 상황을 가정한 매우 극단적인 테스트였다"고 전제하면서 "은행들에 모자란 외화유동성을 좀더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는 외화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과 유동화가 가능한 외화자산 규모 등 10여개 기준에 따라 이뤄졌으며, 3개월 이상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은 세계적인 외화자금 경색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의 도움이 없다면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테스트 기준에 미흡한 은행의 수와 추가 조달해야 하는 외화자금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연말, 늦어도 연초까진 테스트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전날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외화유동성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각별히 챙기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사정은 다소 빡빡해졌다고 복수의 당국자들은 전했다.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자금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가산금리도 지난 7월보다 0.2%포인트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외화자금의 약 30%는 유럽계 자금이다. 당국은 위기가 닥치면 유럽계 자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외화유동성 상황이 당장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일부이긴 하지만 중국계나 유럽계 은행들이 우리나라에서 달러를 단기차입해갈 정도로 현재로선 국내 외화자금 사정이 넉넉한 편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자금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쁘진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지난달 차환율은 중장기와 단기물 모두 100%를 넘어 원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사정에도 수출입은행이 10억달러의 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도 추가 외화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1억달러 가량 `커미티드라인'(마이너스대출 성격의 금융회사 간 단기 외화차입선)을 확보하고, 외화채권 발행 한도도 6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늘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순 10억달러 어치, 하나은행도 지난달 일본계 금융회사로부터 2억달러 어치 커미티드라인을 각각 확보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