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은 풍력… 코오롱은 태양광… 화학-섬유 라이벌, 에너지는 다른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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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은 반세기 넘는 동안 국내 화학·섬유업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대표적 라이벌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는 효성(11조6000억 원)이 코오롱(8조 원)을 크게 앞서 있긴 하지만 두 회사는 여전히 국내외 시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960년대 초반 나일론 사업을 시작으로 폴리에스테르, 타이어코드, 필름, 자동차 수입, 자동차 에어백에 이르기까지 손대는 사업마다 겹친다.

그러나 이 같은 효성과 코오롱의 ‘닮은꼴’ 행보는 두 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잡은 대체에너지 사업에서 끝나는 분위기다. 효성은 풍력, 코오롱은 태양광으로 각각 다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체에너지 사업에서도 아직까지는 효성이 한 발짝 앞서 가고 있다. 효성은 중공업 분야의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1999년부터 풍력발전시스템의 국산화를 위해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2004년 자체 기술로 750kW급 풍력발전시스템을 대관령에 설치해 시험가동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독일의 데비오시시(DEWI-OCC)로부터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750kW급 기어식 풍력발전시스템과 국내 최대 용량인 2MW급 풍력발전시스템에 대해 인증을 받았다.

효성의 기술은 미국 드윈드사에 자체 개발한 2MW급 풍력발전기를 수출하는 단계에까지 올라선 상태다. 최근에는 한국남부발전과 ‘풍력 국산화 공동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강원 태백, 정선, 삼척 등지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한편, 해상 풍력발전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대체에너지 사업 분야의 후발주자인 코오롱은 화학·소재 분야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이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유기 태양전지다. 무기재료인 폴리실리콘 등을 소재로 하는 기존의 태양전지와 달리 유기 태양전지는 생산단가가 낮은 데다 의류나 가방, 파라솔 등 각종 섬유, 건물 창문에 부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아직은 광변환 효율이 낮고 안정성(제품 수명)에 문제가 있다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널리 쓰이진 못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은 2007년부터 매년 20억 원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끝에 올해 5월 국내 경쟁업체 제품 중 최고 수준인 7.02%의 효율을 내는 유기 태양전지 소자 제작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코나카사 제품 성능의 85% 수준까지 다가선 것이다.

코오롱은 유기 태양전지 시장의 규모가 2016년에는 세계적으로 1억3000만 달러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극한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해야 하는 군수(軍需) 분야의 휴대용 전자기기나 스포츠용품, 전자제품의 보조전원, 일회용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유기 태양전지를 필요로 하는 분야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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