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쑥쑥’… 서민 고통도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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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금리 6%대로… 저축銀 年17.5%까지 올라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를 이유로 가계대출 실질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세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도 퍼져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2분기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고 예대마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가계대출 억제책 시행 이후 은행권은 금리를 올린 상품은 공식적으로 2개뿐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우리은행은 고정금리대출 이율을 0.2%포인트 올렸다. 은행들은 이를 빼고는 모두 기존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과거 대출금리 범위의 낮은 쪽을 적용했던 고객에게 높은 쪽을 적용해 실질금리를 올리는 교묘한 방법을 쓰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범위는 각각 5.19∼6.59%, 4.89∼6.33%이다. 신용도가 아주 우수한 소수의 고객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리 범위 중 높은 수치를 적용받는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 이전에 4%대 후반이나 5%대 초반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었던 고객이 지금 은행에 가면 6%대 금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금리 범위가 바뀌지 않았으니 겉으로는 “금리 인상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담당 직원은 “당국이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이던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니 은행 편에서는 금리라도 더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했던 지점장 전결금리도 대부분 사라져 고객이 피부로 느끼는 금리 상승 부담은 더 크다. 몇몇 은행의 성과지표에서 가계대출 유치 항목이 빠지고 이자 마진율이 추가된 점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긴다. 낮은 금리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적은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게 더 높은 고과점수를 얻는다는 뜻이다.

금리 상승세는 2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17.50%로 6월보다 2.43%포인트 급등했다. 신용협동조합과 상호금융의 대출금리도 각각 전월 대비 0.13%포인트, 0.07%포인트 오른 7.35%, 6.25%다.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2금융권을 찾은 고객들은 이곳에서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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