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사업부진 두 기업 판이한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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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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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주요임원 경질 ‘신상필벌’… LG, 교체 카드 안써 ‘기 살리기’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삼성과 LG의 대응 방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장과 주요 임원들을 전격 경질한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당분간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중심의 삼성과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LG의 문화 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인사 원칙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것이다. 올해 직원 인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3년 발탁’을 도입해 성과가 뛰어난 직원은 3년 빨리 부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성과 없는 곳에 경질 있다’의 원칙이 된다.

삼성전자의 LCD 사업부 조직개편은 올해 7월 1일 장원기 LCD 사업부장(사장) 경질로 시작됐다. 연말이 아닌 연중에 사업부 수장에 대한 인사는 이례적이다. 이어 20일 부사장 2명이 교체됐고, 이달 1일에는 임원 10여 명이 사실상 ‘퇴직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LCD 사업부의 경쟁력 강화와 조직 안정을 위한 개편”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LCD 사업부 조직개편을 단행한 첫째 이유는 실적 부진이지만 ‘잘못된 투자 결정’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LCD 사업부는 올 초 LCD 기판의 배선재료를 기존의 크롬이나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바꿨다.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이었지만 오히려 수율(생산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5월 기공식을 연 중국 LCD 공장 건설 문제도 이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장 사장이 경질된 이유로 중국 공장 건설 투자 결정이 부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사실상 그룹 고위층의 결재를 받은 사안이지만 결과적으론 잘못된 투자 결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혹한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LCD 사업 부진은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의 변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핑계와 변명은 ‘실적’ 앞에 아무런 힘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적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부별로 성장률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것도 같은 이치다. 상대적으로 저성장 산업인 생활가전 사업부는 반도체, 무선사업부 등과 비교해 성과급이 적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가운데서도 당분간 임직원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한다. 비상시기에 맞춰 일부 조직개편은 있어도 임직원 교체 카드는 없다는 얘기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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