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명품소비 日 추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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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중 비중 韓 5%〉日 4%매킨지, 1000명 설문조사 “과시단계 지나 차별화단계”

회사원 김영은 씨(34)는 명품 브랜드 ‘셀린’의 핸드백과 ‘구치’의 명함지갑, ‘코치’의 화장품 파우치를 매일 가지고 다닌다. 집에는 ‘루이뷔통’ ‘버버리’ 등 유명 명품 브랜드 핸드백이 5개 더 있다. 매일 꼼꼼히 가계부를 쓰고 소득의 30% 이상을 저축하는 김 씨는 ‘된장녀(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맹목적으로 명품을 선호하는 여성)’와는 거리가 멀다.

31일 전략컨설팅업체 ‘매킨지&컴퍼니’가 발표한 ‘한국 명품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은 2006년 이후 매년 평균 12%씩 성장해 지난해 45억 달러(약 4조8000억 원) 규모로 늘어났다. 올 4월까지 백화점 명품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더 늘어났다.

○ 명품 소비는 일상적인 일


매킨지는 한국의 가계소득에서 명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로 일본 4%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명품 매출은 약 90억 달러로 국내 시장의 2배에 달하지만 한국인의 명품 소비성향이 더 강한 것이다.

명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명품 소비는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명품 소비자들도 점점 똑똑하고 깐깐해지고 있다. 실제로 매킨지가 명품 구입에 연간 100만 원 이상을 쓰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 예전처럼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지난해 21%에서 올해 45%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 가운데 연간 명품 소비액이 1000만 원 이상인 ‘VIP급’은 200명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품질 등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놓고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김애미 매킨지 파트너는 “명품이 막 진입한 개도국 시장에선 과시적 소비 성향이 강한데 한국에선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품을 이용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들과 차별화되기 위해 명품을 구입한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26%, VIP그룹의 39%에 달했다.

○ 온라인 판매 채널도 늘어


가격에 민감한 명품 소비자들도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명품을 싸게 파는 신세계 첼시프리미엄 아웃렛의 매출액이 2007년 이후 매년 37%씩 급증하는 것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다.

명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 채널이 늘고 있는 것도 명품 소비가 일상화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올 2월 디지털스토어를 론칭한 ‘구치’는 최근 온라인 판매용 취급 아이템 수를 500여 개에서 1000여 개로 늘렸다. 구치 관계자는 “남성 고객이 급증했고 섬 지역 등 명품을 구입할 채널이 없는 곳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버버리와 페라가모도 각각 올 1월과 6월부터 온라인으로 구두 핸드백 등 주요 제품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도 명품 패션 및 수입차 요트 미술품 등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몰을 12월 초 오픈하기로 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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