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GHz 주파수 9950억에 SKT 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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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피말린 치킨게임… KT, 입찰경쟁 포기 선언

‘치킨게임(겁쟁이 게임)’에서 마지막까지 버틴 SK텔레콤이 1.8GHz(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품에 안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KT가 1.8GHz 82라운드 입찰에 응하지 않고 함께 경매에 나온 800MHz 대역에 2610억 원의 최저 경쟁가격을 제시해 경매가 최종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처음 실행된 주파수 경매 첫날이었던 17일, 1.8GHz의 최초 입찰가는 4455억 원이었다. 그러나 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6일에는 경매가가 9950억 원까지 치솟았다. 상대가 먼저 포기하기만을 바라며 절벽으로 차를 모는 ‘치킨 게임’인 셈이었다.

결국 KT가 먼저 26일 전체 경매 과정에서 2회만 사용할 수 있는 ‘입찰유예’를 선택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조 원 턱밑에서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KT는 29일 1.8GHz 대역 대신 함께 경매에 나왔던 800MHz 대역을 사기로 결정했다. KT 측은 이번에 절약한 돈을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사업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KT가 1.8GHz를 포기하면서 초고속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4세대(4G) 통신인 LTE는 연속된 주파수 대역을 가져야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KT가 1.8GHz를 낙찰받았으면 같은 대역에서 이미 보유한 것과 합쳐 총 40MHz의 연속 주파수대역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기존 주파수가 이번 경매에 나온 1.8GHz와 멀리 떨어져 있어 연속 주파수 대역을 가지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와 함께 KT가 11월 시작하겠다고 밝혔던 LTE 서비스 상용화 시기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현재 약 30만 명의 2세대(2G) 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쓰는 1.8GHz 대역을 활용해 LTE 서비스를 할 계획인데 서비스를 강제로 중단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 첫날 LG유플러스는 이미 2.1GHz 대역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1.8GHz는 SK텔레콤, 800MHz는 KT가 각각 가져가면서 4G LTE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는 통신3사가 모두 비슷하게 가져가게 됐다. SK텔레콤도 “이번에 LTE 주파수를 확보한 덕분에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됐다”고 자평했다.

방통위는 주파수 경쟁력이 비슷해진 통신사 사이에서 중장기적으로 요금 인하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경매를 통해 최종 낙찰가격이 1조 원에 육박한 탓에 비싼 주파수 구입비용이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석채 KT 회장은 이날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1.8GHz 주파수의 적정 가격은 약 1조5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이 낙찰 받은 9950억 원이라는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얘기다.

방통위 오남석 전파기획관도 “사업자마다 주파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고려하면 주파수에는 훨씬 더 높은 가치가 있다”며 “우리보다 앞서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던 해외 사례를 살펴도 경매가 통신요금에 영향을 준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파수 경매 수익금의 55%는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45%는 방통위의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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