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성과급제, 생산성 향상 위한 수단일 뿐 목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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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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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성과급제 등 사측의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에 반발해 두 달간 파업을 벌여온 SC제일은행 노조가 회사로 복귀하기로 했다. 노조는 일단 회사로 돌아오지만 앞으로도 태업과 부분파업 등을 활용해 경영진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 경영진은 직원 개인의 성과에 따라 기본급에까지 차등을 두는 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다른 나라들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공동체적 조직 문화가 특징인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라며 반발했다. 한국의 다른 은행들도 도입하지 않은 제도를 굳이 먼저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다. 개별 성과급제가 후선발령제와 결합하면 결국 구조조정 수단으로 쓰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직원 개인의 직무 성과를 연봉 책정과 승진의 기준으로 삼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많은 다국적 기업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선진 인사·조직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계기가 됐다.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장점은 조직 운영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직무와 달성 목표, 평가 방법까지 사전에 상세하게 정의하고 그 달성도를 평가해 보상과 승진에 차등을 두기 때문이다. 자연히 우수한 직원에게는 동기부여를 하면서 근무태만과 무임승차를 막는 효과를 낸다.

문제는 과연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해야 할지 모호한 상황이 많다는 점이다. 고객 요구가 급변하며 산업 간 융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개인의 직무를 중요도별로 정해 놓아도 1년도 못 가 그 우선순위가 바뀌는 일이 허다하다. 성과주의가 지나치게 단기성과 위주로 흐르면서 직원들의 창의성과 내부 협업, 장기적 혁신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기업이라도 그 전략과 제도는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저가항공사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라이언에어와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저가라는 혁신적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달랐다. 유럽의 라이언에어는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제도와 비노조 경영을 통해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우수한 직원을 끌어들였다. 반면에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 간 임금 격차가 적은 연공급 제도를 운영했다. 이는 직원 충성도를 높이고 협업을 활성화해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전략과 제도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주주와 경영진이 설정한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과 자신의 비전을 일치시킬 수 없다면 전략은 실행력을 잃고 인사제도는 반쪽짜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SC제일은행 구성원들이 인사제도에 대한 공방을 잠시 중단하고 ‘SC제일은행의 10년, 20년 후 모습은 무엇일지’라는 비전과 그 달성 전략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를 갖기를 기대한다. 비전은 하나여야 한다. 하지만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제도의 정답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8호(9월 1일 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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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활용되는 게임이론

▼ Special Report


경영 일선에서 쓰이는 말 중 상당수는 군사 용어나 스포츠 용어에서 차용됐다. 서로 닮은 점이 많아서다. 하지만 기업 경영은 경쟁자를 파탄시키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으며, 반대로 경쟁자를 초토화시키더라도 공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 혹은 스포츠와 큰 차이가 있다. 경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게임의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최적’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면 그 게임에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가와 상관없이 기업은 참담한 실패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원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게임이론 시각에서 바라본 마케팅 전략 수립 방법론을 제시했다. 주어진 게임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게임으로 현재의 게임을 바꿔나가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프로젝트 성공위한 브랜드 전략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3M은 최근 자사 제품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산업용 사포 라인을 개선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3M의 유기적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였지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많은 3M 직원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꺼려했다. 3M의 최고경영자(CEO) 조지 버클리는 이 프로젝트의 전략적 중요성을 끈질기게 강조하며 강압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버클리의 이 같은 태도는 3M 직원들을 짜증나게 만들었을 뿐이다. 제품, 서비스, 조직, 심지어 사람에게도 브랜드가 있다. 이런 브랜드는 기업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프로젝트에도 필요하다. 매력적인 브랜드가 없다면 프로젝트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브랜드 전략을 접목하는 구체적 방법과 사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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