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인력 빼간 대기업에 불이익 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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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앞으로 중소기업 기술 인력을 부당하게 빼 간 대기업은 정부 물품 조달사업, 정부 주도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불이익을 받는다. 일부 대기업이 중소기업 숙련 기술자를 무차별적으로 채 가다 보니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관련 사업을 접거나 회사 문을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앞으로 중소기업 기술 인력을 부당하게 빼 간 대기업은 정부 물품 조달이나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참여시 불이익을 받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공인기관에 맡겨 기술탈취를 막는 '기술자료 임치제'가 의무화된다.

정부는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인력 보호·육성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대기업의 인력 부당 채용과 관련해 불공정행위 심사를 엄격히 하고 그 결과를 정부 물품 구매 입찰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력을 빼간 대기업은 불공정거래행위 위반자로 간주돼 신인도 항목에서 감점을 받아 정부 조달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조달 뿐 아니라 정부 R&D 지원사업에서도 신청기업 평가기준에 이런 불공정행위를 포함시켜 정부 예산 지원 등에 패널티를 받는다.

인력을 빼간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이제까지 사문화 되다시피 한 인력 부당 채용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제재도 다시 살릴 방침이다. 부당하게 인력을 빼앗겨도 갑을 관계 등 때문에 해당 기업을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 중인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확대·개편, 부당한 인력채용 사례를 언제든지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지금 운영 중인 기술자료 임치제가 의무화된다. 기술 임치제는 기술 보유자가 핵심 기술정보를 제3의 공인기관에 맡겨둬 거래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로 우선 중소기업청 R&D 지원과제에만 의무화하고 향후 국가 R&D 사업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올해 초 수많은 중소기업 숙련기술자들이 대기업으로 이동한 사례가 있다"면서 "근로자가 더 좋은 근로조건을 찾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는 만큼 중소기업 스스로도 안정적인 인력공급과 장기근무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 정책만으로 중소기업 인력 유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임금, 복지처우 등도 큰 차이가 나는 데다 자칫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로 최근 이직한 박 모(32)씨는 "연봉도 더 주고 인지도도 높은 기업에 가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대기업으로 옮기는 사람 대부분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철 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은 "무분별한 인력 유출로 해당 중소기업의 매출이 현저하게 줄었거나 관련 사업을 아예 접을 정도라면 정상적인 스카우트로 보기 어렵다"며 "다른 사업자의 사업을 사실상 못하게 하는 행위는 이미 공정거래법에도 금지돼 있는 만큼 법 적용을 보다 엄격히 해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화하기 위해 중기 입력 보호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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