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小·農/국회에서 온 편지]세계농업의 작은 거인, 强小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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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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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기 국회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
최인기 국회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
우리 농촌의 현실을 보라. 영농 규모를 확대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다양한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가의 호당경지면적은 1.5ha 수준에 불과하다. 대규모 민간자본을 농업부문에 끌어들이는 것도 역시 쉽지 않다. 노인과 부녀자가 대부분인 농촌 사람들이 농업을 떠나 다른 길을 찾아보려 해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한가롭게 영세한 현실만 논할 때는 아니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특히 ‘작은 것이 오히려 아름답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세계 1등 농산물 수출국은 미국이다. 그러나 2∼4위는 중국, 브라질, 호주, 캐나다가 아니라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다. 우리도 경쟁력 있는 품목을 개발하고 인재를 키워 경영체를 육성한다면 작은 농업도 성공하는 새 시대를 얼마든지 열 수 있다.

다행히 최근 FTA 특별법 제정으로 미력하지만, 수입개방에 따른 농어업인의 소득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마련됐다. 농어업인들이 노력하면 상응한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점차 친환경 농산물을 선호하는 것도 좋은 기회이다. 품질이나 안전성이 뛰어난 농산물을 정성껏 생산하면, 이젠 소농도 가족농도 무시 못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强小農)! 비록 경영 규모는 작지만, 품질 좋고 안전하며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로 차별화한다면 지속적으로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복잡하게 얽힌 한국농업의 현실을 풀어줄 실마리가 될 것인가? 물론 혼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함께 바다를 이루고, 태풍으로 성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강소농이 되고 싶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경제적 논리이기에 앞서, 피 끓는 열정으로 외치는 함성이며, 우리 농촌의 감성이 실려 있는 메아리다. 강소농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이유는 정부의 일방적인 구호나 캠페인이 아니라, 매년 10%씩 농업소득을 높이고자 하는 농민들의 자발적인 목표이자 실행계획이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에는 이미 많은 강소농 사례들이 있다. 10년의 적자경영에도 ‘자연에 가장 가까운 버섯’을 만들겠다는 장인정신, 전자대리점 주인에서 변신한 배의 명인, 단감을 무형문화재의 작품에 담아 격을 높인 농민, 그리고 80만 원 출자금이 모여 매출 147억 원의 기적을 만들어낸 영농법인 등… 그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은 너무도 감동적이다.

이런 강소농이 되겠다고 손 잡고 땀 흘리는 농민이 벌써 1만5000명을 넘어섰다. 2015년이면 그 수가 10만에 이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앞선 과학기술과 IT 인프라, 풍부한 예술적 감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것을 새로운 형태의 경쟁력으로 승화하려는 농민들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더 현장을 찾아가서 노하우를 나누고 기술·경영 컨설팅을 하는 공무원들의 변화에도 감사한다. 강소농이 한국농업의 작은 거인으로 우뚝 서는 날을 간절히 기대한다.

최인기 국회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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